골 깊어진 '고용한파' 한은 기준금리 인상 더 늦어지나

조선비즈
  • 연선옥 기자
    입력 2018.05.16 16:28 | 수정 2018.05.16 16:31

    이주열 한은 총재 “실물지표 유심히 본다” 했는데 지표 부진
    골드만삭스, 한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 7월→10월로 수정

    경기 회복의 핵심 전제 조건인 고용 지표가 3개월 연속 ‘쇼크’를 보이면서 기준금리 인상 채비에 나서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미국이 통화 긴축의 고삐를 당기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 지표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경기 회복 지원과 금융시장 안정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한은 금통위의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24일 예정된 금통위에서 7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측할 수 있는 시그널(신호)을 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기준금리를 3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한은도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생산, 투자 지표가 부진한 데다 3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수가 10만명 수준에 그쳐 경제 지표가 한은 결정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금리 인상 발목 잡는 고용 한파…생산·투자 지표도 부진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물가보다 소비, 투자 등 실물지표를 유심히 보고 있다”며 “경제가 전망 경로를 따른다면 통화 완화 정도를 줄이는 게 맞다”고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책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어도 경제 지표가 한은의 전망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됐다.

    석 달 연속 취업자 증가수가 10만명 대에 그치는 고용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대학 취업정보게시판./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는 한은이 준비하는 통화 긴축 움직임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취업자수는 지난해 4월보다 12만3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석 달 연속 취업자 증가수가 10만명대 초반을 맴돌았다. 취업자 증가수가 석달 이상 10만명대에 그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9월~2010년 2월(18개월) 이후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경기 회복기에는 월 30만명 정도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데 그 절반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생산과 투자 지표도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3월 중 전(全)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2%, 설비투자는 7.8% 줄었다. 공장 가동률은 전달보다 1.8%포인트 떨어진 70.3%로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팔리지 않는 물건이 공장에 쌓이면서 제조업 재고율(출하량 대비 재고량 비율)은 114.2%로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실물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생산, 투자, 고용 지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면 한은은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점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 美 기준금리 인상에 신흥국 시장 불안 조짐

    문제는 한은이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해 마냥 기준금리를 잡아둘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잇따른 경제 지표 호조에 미 연준은 금리 정상화 속도를 높이려고 하다. 미 연준의 6월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자 글로벌 자금 이동이 시작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브라질 등 기초 체력이 약한 신흥국에서는 이미 글로벌 자금 이탈에 따른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고 4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쌓아놓고 있어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미 역전된 한미 금리 격차가 커지면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충격을 감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금통위 내에서 제기됐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아직 정책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금리 차가 더 확대되고, 여기에 더해 보호무역주의 확산, 지정학적 위험 같은 다른 리스크 요인이 가세하면 국내외 시장 불안과 함께 자본유출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점을 보수적인 관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채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 금통위가 7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 부진에 금리 인상 시점이 더 늦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당초 한은이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은의 금리 인상 전망 시점을 10월로 늦췄다. 골드만삭스는 “고용 둔화와 수출 관련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실물지표를 근거로 통화 정책을 운용할 필요성이 부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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