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삼성·현대차 현안 산더미인데…'10개월 공석' 국민연금 투자위원장 한달 넘게 검증만

  • 전준범 기자
  • 입력 : 2018.05.17 06:05

    자본시장의 시선이 ‘큰손’ 국민연금공단에 집중되고 있다. 배당오류 사고를 낸 삼성증권과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 중인 현대차 등 국민연금이 주주로 참여하는 주요 기업에서 대형 이슈가 연거푸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슈의 성격은 제각기 다르지만, 국민연금의 결정이 해당 기업과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사실은 변함없다.

    그런데도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의 수장(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가 1년 가까이 비어있다. 정부의 늑장 인사에 곧 임명될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은 적응할 틈도 없이 민감한 현안들을 떠안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조선DB
    조선DB
    ◇ 국민연금 CIO 10개월 빈자리…검증만 한 달째

    17일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와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고문, 이동민 전 한국은행 투자운용부장 등 CIO 후보 3인에 대한 검증 작업을 한 달 넘게 진행 중이다. 위원회는 지난달 3일 지원자 16명을 상대로 면접심사를 진행한 뒤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해 검증에 들어갔다.

    CIO를 선임하려면 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자 1인을 국민연금 이사장에게 추천하고, 이사장은 해당 후보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 제청해야 한다. 복지부 장관이 이를 승인하면 CIO 선임 절차는 종료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7대 CIO인 강면욱 전(前) 본부장이 지난해 7월 돌연 사표를 낸 후 10개월째 비어있다. 강 전 본부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했던 인물이다. 국민연금은 강 전 본부장이 물러난 뒤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공석 8개월째인 올해 2월부터 후임자 공개모집에 착수했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에는 “국민연금이 적임자를 물색하느라 뜸을 들였다”는 말이 돌았다. 실제로 여의도의 많은 금융회사가 정부로부터 여러 인물에 대한 평판조회 요청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모 착수가 지연된 만큼 늦어도 4월 중에는 8대 CIO가 임명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서울 소공동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2018년도 제2차 회의’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아직 국민연금 이사장으로부터 임명 제청을 받지 못했지만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4월 27일 서울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제공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4월 27일 서울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제공
    그러나 CIO 선임 작업은 5월 중순이 넘어가는 지금도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후보 여러명을 동시에 검증하다보니 시간이 다소 지연되는 것”이라며 “적임자를 선택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라서 좀 더 꼼꼼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상반기를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민간 자산운용사 대표는 “정부도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를 1년 가까이 방치했다는 사실에 대해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며 “일부러 늦추는 게 아니라면 이달 내로 신임 CIO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 삼성·현차 등 민감이슈 산적…“대응방안 시급”

    문제는 8대 기금운용본부장의 앞길이 시작부터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와 기업, 시장 참여자 등이 각자의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민감한 과제가 국민연금 앞에 잔뜩 쌓여있다. 자칫 신임 CIO가 업무 숙지도 제대로 못한 채 각종 외풍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CIO는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를 이끄는 위원장이다. 기금운용본부 각 실장과 센터장 등이 투자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다. 투자위원회가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은 민간인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넘길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시작점은 내부 인사로 이뤄진 투자위원회다.

    조선DB
    조선DB
    현재 투자위원회 테이블에 올라가야 하는 안건으로는 삼성증권(016360)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여부가 꼽힌다. 배당오류 사고 당일인 4월 6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삼성증권 주가가 급락하자 이 회사 주식 81만8599주를 순매도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 사고로 158억원을 잃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 대한 투자 규모를 조정할지 여부도 투자위원회에서 다룰 이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회사 주식 186만6355주를 들고 있다. 지분율은 2.82%로 높지 않지만 삼성물산·삼성전자에 이은 3대 주주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4월 한때 60만원까지 올랐으나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진 후 41만4000원(5월 16일 종가)까지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연금이 부도덕한 기업에 투자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현재 논의 중인 ‘사회책임투자전문위원회’ 신설도 그 일환이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투자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투자 철회를 결정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투자위원회는 현대모비스·글로비스 합병의 찬반 여부도 직접 결정하거나 의결권전문위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2대 주주다. 지분율(1분기 기준)은 각각 9.82%, 10.80%다.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되려면 출석주주 3분의 2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국민연금은 ‘캐스팅보트’로 거론된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의결권전문위의 권한이 강화되는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국민연금 의사결정의 중심에는 내부 투자위원회가 있다”며 “투자위원장(CIO) 자리가 하루 빨리 채워져야 국민연금 구성원들도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