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금융위기 이후 고용한파 '최악'…제조업·서비스업 모두 얼어붙었다

  • 세종=조귀동 기자

  • 세종=전성필 기자

  • 입력 : 2018.05.16 11:11 | 수정 : 2018.05.16 12:46

    ‘고용 쇼크’가 서비스업에 이어 제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영업자 등 서비스업 고용시장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얼어붙은데 이어 제조업 고용인원마저 11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2008년9월~2010년2월) 처음으로 취업자수 증가폭이 3개월 연속 10만명대에 그치는 고용 한파가 불어닥쳤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취업자수 증가폭은 전년 동월 대비 12만4000명에 그쳤다. 정부와 학계는 노동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 취업자수 증가폭을 월 3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그 기준을 20만명 중후반 정도로 낮춰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노동시장만 놓고 보면 불황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노동시장 상황은 2년 연속 연 3%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정부의 거시경제 전망과 배치된다. 취업자수, 실업률 등 노동시장 지표들은 경기 변동을 뒤따라가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2017년 시작된 경기 회복 훈풍이 취업자수 증가 등으로 이어졌어야 한다.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자동차, 조선 등 이른바 구조조정 업종 외 다수의 제조업 업종이 가동률 급락 등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위축에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16.4%)까지 겹치면서 서비스업 고용도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호황이었던 건설업도 부동산 규제 강화 이후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고용 창출 능력이 둔화됐다. 민간 부분이 심각한 기능부전 현상을 겪고 있는 셈이다.

    ◇농업 빼면 취업자수 증가는 7만명


    금융위기 이후 고용한파 '최악'…제조업·서비스업 모두 얼어붙었다
    국내총생산(GDP), 수출 등 거시 경제 지표와 다르게 노동시장이 꽁꽁 얼어붙어있다. 농업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의 취업자수 동향에서 잘 드러난다. 4월 비농업 분야 취업자수 증가폭은 7만명에 불과했다. 비농업 취업자수는 지난해 12월 10만명대(19만2000명)으로 주저앉은 뒤 2월부터 6만3000~8만7000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농업은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며, 지난해 12월 이후 취업자가 꾸준히 늘었다. ‘농업 착시’를 제외하고 보면 노동 시장 악화는 더 분명하다.

    그나마 취업자수가 순감소하지 않은 재정 투입으로 공공 부문 일자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공공, 국방 및 사회복지 행정’은 8만1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는 14만4000명 각각 증가했다. 합치면 22만5000명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부문의 월 평균 취업자수 증가폭은 11만5000명이다. 비농업 취업자수 증가폭(7만명)이 사실상 공공 부문 예산 지출로 지탱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조업 취업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6만9000명 감소했다. 제조업 취업자가 줄어든 것은 조선업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은 8만9000명, ‘교육서비스’는 10만6000명씩 줄었다.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도 2만3000명 감소했다.

    통계청은 “청년이 취업을 원하는 질 높은 일자리가 다수인 금융 및 보험업 취업자수가 6만명 늘었다”고 설명했지만 금융업은 지난해 말까지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취업자가 대폭 줄었던 산업이다. 건설업 취업자 증가폭은 3만4000명으로 2016년 9월 이후 처음으로 5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 ”정부는 민간 부문 부진 직시해야”


    제조업의 경우 “구조조정 영향에 의료정밀기기 등 부진한 산업에서 취업자가 줄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그런데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광업제조업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조사 대상 68개 제조 업종 가운데 80%에 달하는 53개 업종의 가동률이 1년 전에 비해 하락했다. 특히 17개 업종의 가동률은 10%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자동차, 조선뿐 아니라 석유화학, 전기전자, 기계, 경공업 등 전방위에서 가동률의 하락 현상이 빚어졌다. 이중 12개 업종의 가동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장기간 하락 곡선을 그렸다. 반면 가동률이 오른 업종은 반도체, 휴대폰 등 IT(정보기술)를 중심으로 15개에 그쳤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전반적으로 제조업 업황이 크게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몇 개월 이상 넓은 범위의 가동률 하락이 나타난 것은 경기 변동보다는 구조적인 요인이 더 작용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은 “구조조정 이슈는 이미 2016년에 시작돼 2017년 반영됐다고 봐야한다”며 “지금의 취업자수 부진은 민간 부문의 활력 부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고용은 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산업 활동의 결과물인 ‘파생 수요’”라며 “서비스업 부진 등은 내수가 그만큼 위축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 등으로 기업에 부담을 주니 서비스업 등에서 취업자수가 대폭 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