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침체 초입" 대통령 직속기구서 경고 나왔다

  • 김태근 기자

  • 최종석 기자

  • 입력 : 2018.05.16 03:13

    [오늘의 세상]
    김광두 부의장, 페북에 글 올려 "회복세 지속" 기재부에 반박

    기획재정부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가운데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침체 국면의 초입"이라고 반박,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 직속 경제 자문 기구이다. 김 부의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성대 김상봉 교수의 '정부의 경기 판단, 문제 있다'는 글을 올리고, "이 글에 공감한다. 경기는 (정부 진단과 달리) 오히려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도 경기 흐름에 대해 자신 없어 하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11일 5월 경제 동향(그린북) 자료에서 '(경기) 회복 흐름'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가 논란이 일자 다시 집어넣었다. 김 부의장은 이를 염두에 둔 듯 12일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어떻게 될까. …(기재부 진단을) 믿고 싶다. 그러나 어쩐지 믿어지지 않는다. 나만 그럴까?'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3월 생산과 투자 지표가 일시적으로 부진했다고 해서 곧장 경기가 꺾이기 시작했다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김 부의장은 "생산·투자 지표도 걸리지만 학계 여론조사를 해보면 (경기 인식이) 상당히 좋지 않고, 기업 하시는 분들 얘기를 들어봐도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너무 낙관적이면 정책으로 해야 할 부분을 놓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 진단에 따라 대응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경제 분야 위험 요인을 냉정히 따져볼 시점"이라고 말한다.

    ◇'경기 침체' 징후 늘었다

    김 부의장은 페이스북에 '경기 침체 초입'을 언급하면서 김상봉 교수의 글을 근거로 들었다. 김 교수는 크게 세 가지 근거를 들어 경기가 회복 흐름이라는 정부에 반박했다.

    첫째가 생산과 투자 지표의 부진이다. 김 교수는 "3월 전(全) 산업생산이 전달보다 1.2% 줄었고 설비투자는 전월비 7.8%, 건설 투자는 4.5%가 줄었다"고 했다. 생산과 투자 지표는 작년 말과 올해 초반을 지나면서 부진한 조짐이 뚜렷하다. 김 교수는 반면 3월 소비(2.7%)와 서비스업 증가(0.4%)는 경제성장률보다 낮아 부진한 생산과 투자 지표를 만회하기에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OECD 경기선행지수 9개월 연속 하락 그래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둘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다. OECD는 지난 13일 우리나라의 경기선행지수가 99.8이라고 발표했다. 이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지면 경기가 하강기에 들어갔다는 신호다. 셋째가 불안한 2분기 성장률 전망이다. 김 교수는 "2분기 성장률은 소비를 제외하면 나아질 부분이 안 보인다. (1분기를 기점으로 성장률이 꺾일 경우) 정부의 정책 방향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분석에는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이 동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국책 연구원장은 "제조업 생산과 투자 지표가 최근 부진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2~3개월 지켜봐야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정부 말을 믿기에는 걸리는 게 너무 많다"고 했다. 다른 민간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제조업 가동률이 최근 2~3년 새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매출 규모도 역(逆)성장했다"며 "올해 들어 재고(在庫)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만든 제품을 제대로 내다 팔지 못한 것은 전형적인 경기 둔화 신호"라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매월 취업자 증가 폭이 30만명대에서 10만명대로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바로 경기 침체의 신호"라며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가 유리한 숫자만 부각하고 있다"고 했다.

    기재부 "수출 호조 덕에 회복세 이어진다"

    이 같은 민간 학계의 지적에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경기 신호에 대해 내부적으로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경기 회복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기재부는 특히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수출의 호조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수출은 반도체·컴퓨터 제품이 선전하면서 3월과 4월 두 달 연속 500억달러를 넘겼다. 4월 증가율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였지만, 전년 실적이 워낙 좋았던 기저 효과 탓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5월 들어 10일까지 수출은 139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 늘었다. 고광희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수출이 이런 추세라면 경기 흐름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출 실적에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錯視)가 심하고 미국과 통상 마찰로 자동차·철강 업종의 부진이 심화되면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수출은 반도체 호황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올 하반기 중국과 대만의 반도체 라인 증설 효과가 나오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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