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 시각)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가 중국 A주 234개 종목을 MSCI 신흥국시장(EM)지수에 편입하기로 했다. MSCI EM지수는 세계 최대 지수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운용하는 지수로 한국과 중국, 대만,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상장 기업 위주로 구성된 지수다. 신흥국에 투자하려는 글로벌 자금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지수다.
기존에도 MSCI EM 지수에 중국 주식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기존엔 홍콩과 미국 증시 등에 상장된 중국 회사뿐이었다. 이번에 MSCI EM 지수에 편입되는 중국 A주는 중국 본토, 즉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돼 중국인과 허가받은 해외 투자자가 거래할 수 있는 주식이다.
이번 중국 A주의 MSCI EM 지수 편입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이 추가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말 기준 MSCI EM 지수의 국가별 비중을 살펴보면 중국이 30%, 한국은 15.6%였다. 전문가들은 MSCI가 중국 A주 234개 종목의 시가총액 5%를 오는 6월 1일과 9월 3일에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5%씩 편입하면, 지수 구성이 중국 주식 30%, 한국 주식 15.3%, 중국 A주 0.73% 정도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한다. MSCI EM 지수를 추종하는 설정액 100억원짜리 펀드가 있다면 중국 주식 30억원, 한국 주식 15억6000만원어치를 갖고 있다가 중국 주식 30억원, 한국 주식 15억3000만원, 중국 A주 7300만원으로 자산 비중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MSCI EM 지수에서 한국의 비중이 0.2~0.3%포인트 정도 줄어드는데 무슨 문제냐고 볼 수 있다. 하지만, MSCI EM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상당한 거액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MSCI EM 지수를 참고하는 글로벌 자금 규모는 1조6000억달러(약 1717조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이번에 편입될 중국 A주 비중이 0.73%이므로 중국 증시엔 글로벌 펀드 자금 116억8000만달러(약 12조5000억원)가 유입되고, 한국 증시에선 글로벌 자금 0.2~0.3%인 32억~48억달러(3조4300억~5조1500억원)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A주의 MSCI EM지수 편입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 EM 지수를 따르는 자금 1조6000억달러 중 액티브 펀드 자금이 1조3000억달러, 패시브 펀드 자금이 3000억달러가량"이라면서 "편입 당일 매도 규모는 패시브 펀드에 의해 좌우되는데, 두 번에 걸쳐 편입되므로 당일 매도 물량은 각각 2500억~3750억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수를 '수동적'으로 좇아야 하는 패시브 펀드는 지수 변경에 맞춰 자산 구성을 그대로 바꿔야 한다. 반면, 펀드매니저가 '능동적'으로 편입 종목을 변경할 수 있는 액티브 펀드는 MSCI EM 지수를 참고하더라고 종목 변경이 비교적 자유롭다. 이 때문에 미리 종목 교체 작업을 마쳤을 가능성이 커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김현준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주요 운용사들의 중국 증시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당장 한국에서 돈을 빼서 중국 A주를 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자, 투자 기회로 삼을 수도"
중국 A주 편입이 또 다른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2014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중국 증시의 외국인 누적 순매수 규모는 4367억위안(약 73조9300억원)인데, 이 중 올해 순매수 규모만 891억위안(약 15조원)으로 전체의 22%에 달한다. 국내에 설정된 중국 펀드의 최근 수익률도 고공행진 중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운용사가 운용하는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최근 1주일간 3~4%를 기록하고 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도 중국 증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레이먼드 마 피델리티인터내셔널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주가 MSCI에 편입되면 외국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A주 시장이 더 투명해지고 자금 유입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