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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표대결서 지더라도 현대車 계속 공격할 것"

  • 류정 기자

  • 입력 : 2018.05.15 03:10

    3년전 '엘리엇, 현대차 공격' 예언…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사 대표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사 대표
    "엘리엇은 이번 표 대결에 지더라도 현대차를 계속 공격할 것이다."

    국내 최고의 행동주의 펀드 전문가로 통하는 이원일(59·사진) 제브라투자자문사 대표는 최근 본지에 "엘리엇이 홍콩에서 위임장을 모으고 있다"며 "이번 표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기보다 '명분 싸움'에서 자기편을 늘려 향후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3년 전 엘리엇의 현대차 공격을 예언한 인물이다. 그는 2015년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공격했을 때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엘리엇의 다음 타깃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라고 말했고, 그대로 들어맞았다. 이 대표는 2004년 알리안츠자산운용CIO(최고투자책임자) 시절 국내 처음으로 지배 구조 개선 펀드를 선보였다. 2005~2013년 이 회사 사장을 지낸 뒤 2014년 지배 구조 개선 관련 자문사를 열었다.

    ◇"'돈'을 위한 엘리엇의 명분 싸움… 중·장기 공격할 듯"

    그는 "다양한 글로벌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는데, 현대차 이슈를 주도하는 엘리엇의 홍콩 사무소가 29일 주총을 앞두고 움직이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도 엘리엇의 명분에 동의하는 편"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현대모비스의 국내 A/S·모듈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지배 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그 직후 엘리엇은 "분할 합병 비율이 합당치 않고 사업 논리도 부족하다"면서 현대차 지주사 전환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엘리엇은 한국에서 단기 수익만 노리는 기업 사냥꾼이란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중·장기로 보유하며 명분을 더 챙기려 하는 것 같다"며 "현대차·모비스 등 주식을 1.5% 정도로 적게 사서 레버리지를 적게 일으킨 것이 그 근거"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현대차의 향후 지배 구조 개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해 주주 이익 확대를 위한 다양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엘리엇은 연 20조원 이상을 굴리는 세계 최대 행동주의 펀드다. 행동주의 펀드는 소수 지분으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개입해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거나 배당을 받아 투자 수익을 낸다. 5대 행동주의 펀드 중 하나인 더칠드런스인베스트먼트(TCI) 같은 곳은 일정 수익을 어린이 관련 재단에 기부하는 등 사회 책임을 강조하는 투자자도 있다. 하지만 엘리엇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 재정 위기인 아르헨티나 국채를 헐값에 사들여 채권 원금과 이자를 모두 내놓으라며 소송을 벌여 아르헨티나를 파탄에 빠뜨렸고, 2005년에는 석면 흡입으로 사망한 직원들에게 피해 보상금을 지불하게 된 미국 석면 회사 오웬스코닝을 사들인 뒤 보상금을 대폭 깎아 10억달러의 수익을 챙겼다. 이 대표는 "엘리엇의 목적은 무조건 돈을 버는 것이고, 엘리엇이 냉혹한 투자자인 것은 맞는다"면서도 "그러나 과거와 달리 최근 엘리엇은 명분도 챙기는 투자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식 오너 경영에 대한 도전… 약점 보완해야"

    그는 3년 전 현대차가 공격받을 것으로 예상한 이유로 '주가'를 꼽았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의 ROE(자기자본이익률)나 주가가 글로벌 경쟁 업체에 비해 매우 낮았다"며 "이런 기업들은 행동주의 펀드들의 대표적인 먹잇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주 입장에서 자본 투입 대비 수익률이 낮으면 불만이 생긴다"며 "특히 오너 중심의 경영을 하는 우리 기업은 '의사 결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공격을 하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너 경영이 절대 나쁜 것은 아니다. 빠른 의사 결정과 장기 투자 결단 등 오너 경영의 장점이 분명 있다"며 "오너가 있든 없든, 이사회 중심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성과만 잘 낸다면 공격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 입장에서 우리나라에서 지배 구조가 가장 좋은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삼성전자'"라며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과 함께 이사회 중심의 의사 결정 시스템을 갖췄고, 오너가 경영하는데도 탁월한 경영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명분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면 합리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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