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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지하선 펄펄, 땅 위에서는 쩔쩔

  • 박건형 기자

  • 입력 : 2018.05.14 03:07

    전기차 빼고 다 잘나가는 머스크
    LA 초고속 터널 완공 앞둬 "시속 200㎞ 자율주행 셔틀 운행"

    '현실의 아이언맨'으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어울리는 곳은 땅 위가 아닌 것일까.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생산 차질로 파산설에 휩싸인 머스크가 지하 수송과 우주 개발 분야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대도시의 교통 체증을 피해 초고속으로 이동할 수 있는 지하 터널의 완공이 임박한 가운데 수십 차례 재활용이 가능한 우주 로켓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발표 당시만 해도 불가능한 꿈이라며 과학자들의 비웃음을 샀던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본업인 전기차 사업은 좀처럼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초고속 지하터널·재활용 로켓 현실화

    머스크는 11일(현지 시각)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터널이 거의 완공됐다. 몇 달 안에 일반인에게 무료 탑승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에는 로스앤젤레스(LA) 인근 호손에 있는 자신의 민간 우주 개발 회사 스페이스X와 LA국제공항을 잇는 4.3㎞ 길이의 지하 터널 내부 모습이 담겨 있다. 완전한 원형으로 뚫린 터널은 바닥에 기차 레일이 깔려 있으며 전기를 공급하는 배선이 벽과 윗부분에 길게 이어져 있다. 터널의 높이는 작업 중인 사람 키의 두 배 정도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작은 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1일(현지 시각) 완공이 임박했다고 밝힌 초고속 지하 터널의 내부 모습.
    일론 머스크(작은 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1일(현지 시각) 완공이 임박했다고 밝힌 초고속 지하 터널의 내부 모습. /보어링 컴퍼니
    머스크는 도심 교통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터널 굴착회사 보어링 컴퍼니를 세웠다. 지하에 대형 터널을 뚫어 초고속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완공을 앞둔 터널은 셔먼오크에서 롱비치공항을 연결하는 구간의 일부분이다. 머스크는 이 터널에서 시속 200㎞ 이상으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셔틀을 운행할 계획이다. 출퇴근 시간 1시간20분 걸리는 거리를 버스 티켓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5분이면 갈 수 있다는 것이 머스크의 주장이다. 보어링 컴퍼니는 현재 워싱턴DC와 뉴욕을 잇는 터널 공사를 시작했고, 내년에는 LA와 샌프란시스코 구간도 착공할 계획이다. 미국 CNBC방송은 "머스크가 교통체증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가능하다는 증거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터널 완공 구간 지도
    같은 날 스페이스X도 우주 개발 역사를 다시 썼다. 스페이스X는 11일 오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통신 위성을 탑재한 신형 로켓 '팰컨9-블록5'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블록5의 1단 발사체는 최대 100회까지 재활용할 수 있다. 로켓 가격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단 발사체를 재활용하면 발사 비용을 수십억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머스크는 2015년부터 로켓 재활용을 시험했지만 지금까지는 한 번만 재활용이 가능했다. 머스크는 "현재는 회수한 로켓 정비에 수개월이 걸리지만, 내년에는 24시간 이내에 다시 발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켓을 연료만 보충하면 다시 비행할 수 있는 항공기처럼 운행하겠다는 것이다.

    본업인 전기차는 수렁 속

    우주와 땅밑을 정복해 나가고 있는 머스크의 유일한 걸림돌은 테슬라다. 미국 포천은 12일 "테슬라의 기술·생산 최고책임자인 덕 필드가 장기 휴가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측은 "필드가 회사를 떠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머스크와 필드는 보급형 모델인 모델3 생산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또 사고친 테슬라… 가만히 있는 소방차에 쾅 - 11일(현지 시각) 미국 유타주의 사우스 조던시의 한 도로에서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모델S 차량이 정차돼 있는 소방트럭을 추돌하면서 모델S 운전자의 발목이 골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사고 당시 작동하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사고친 테슬라… 가만히 있는 소방차에 쾅 - 11일(현지 시각) 미국 유타주의 사우스 조던시의 한 도로에서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모델S 차량이 정차돼 있는 소방트럭을 추돌하면서 모델S 운전자의 발목이 골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사고 당시 작동하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P 연합뉴스
    테슬라는 지난해 출시한 모델3 생산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주가 폭락과 함께 현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는 여전히 모델3 생산에 대해 "곧 정상화될 것"이라며 문제를 지적하는 월가에 대해서는 악담도 서슴지 않고 있다. 머스크는 이달 초 실적 발표에서 모델3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애널리스트들에게 "멍청한 질문은 별로"라거나 "제발 테슬라 주식을 사지 말아 달라"는 등 막말을 쏟아냈다. 그 덕분에 테슬라 시가총액은 무려 28억달러나 날아갔다.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우주 개발이나 지하 터널처럼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사업보다 테슬라에 집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인 CtW 인베스트먼트의 디터 바이제네거 CEO는 테슬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테슬라는 생산 차질을 빚고 수익도 내지 못하고 있지만 머스크의 측근인 이사들은 실패를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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