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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사우디 원전 수주, 쇼인가 진심인가

  • 설성인 산업부 에너지팀장

  • 입력 : 2018.05.14 06:00

    [팀장칼럼] 사우디 원전 수주, 쇼인가 진심인가
    지난 4일 저녁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 초청 리셉션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권평오 코트라 사장(전 사우디 대사) 등이 참석했다.

    현 정부의 핵심 관료·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특정 국가 장관을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알팔리 장관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는 이달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200억달러(약 21조원) 규모 사우디 원전 프로젝트 사업자 1차 후보군(숏리스트) 결정에 키를 쥐고 있는 인물 중 한명으로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한국을 찾은 알팔리 장관에게 “한국은 40년에 걸쳐 풍부한 원전 건설 경험과 운영 경험을 축적하고 있어 최고의 안전성과 경제성이 증명됐다”며 “단순 원전 수출에 그치지 않고 사우디와 함께 제3국으로 공동 진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사우디 의원친선협회 회장인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리셉션에서 “한국은 원전으로 성장했다”라며 “지진이 없는 나라라면 원전을 활용해보라”고 말했다.

    알팔리 장관은 사우디 원전 프로젝트 사업자 1차 후보군에 한국이 포함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렇게 희망한다. 낙관적”이라고 답해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 경쟁하는 사우디 원전 수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고, 알팔리 장관도 흡족할 만한 대접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대국민 에너지정책 홍보사이트(www.etrans.go.kr)에 올라온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를 중심으로 원전은 감소 추세인 반면 노후 원전 증가로 원전해체 시장은 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가 원전 수주를 추진중인 OECD 국가 영국, 체코 등이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는 내용은 빠져있다.

    또한 미국(웨스팅하우스), 프랑스(아레바) 원전 기업의 경영악화를 강조했는데, 캐나다로 넘어간 웨스팅하우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원의사를 밝혔으며, 프랑스 역시 해외 원전 수주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대한민국이 원전해체산업 선도국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다짐은 해외 원전 수출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국내에선 탈원전 기조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보다 원전해체를 추진하면서 해외에선 한국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이니 믿고 써보라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원전 수출은 자동차 1대, 휴대폰 1대를 파는 것과 성격이 다르다. 국가간의 긴밀한 협력관계와 향후 수십년간 산업 생태계가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사업을 따낼 수 있다.

    원자력업계는 사우디 원전 수주에 임하는 정부의 양면적인 태도가 선거를 의식한 ‘쇼’인지, 진정성이 있는 행동인지 혼란스럽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해외 원전 수출+국내 탈원전’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는데도 사우디가 원전 수출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다. 애매모호한 정부의 태도 때문에 원전이 우리에게 축복이 아니라 길 잃은 미완의 산업으로 남는건 아닐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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