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ㆍ통상

대통령은 '신의 축복'이라 했는데… 산업부는 원전 위험성만 강조

  • 안준호 기자

  • 입력 : 2018.05.11 03:10 | 수정 : 2018.05.11 18:18

    21조원 사우디 원전 수주 앞두고 산업부 홈페이지에 공개 논란

    200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를 위해 대통령까지 나선 상황에서, 정부가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줄곧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호기 준공식에 참석해선 "원전은 양국 관계에서 '신의 축복'"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40년까지의 에너지 전환 비전을 포함할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의 수립 과정을 공개하기 위해 온라인 사이트를 에너지 전환 정보센터(www.etrans.go.kr) 내에 10일 개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원전의 사고 위험성을 강조하고, 원전 관련 국제 동향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사이트에서 "독일 등 OECD 국가의 71%가 원전이 없거나 원전 제로화 또는 감축을 추진한다"며 "전통적인 원전 의존국인 일본·프랑스도 원전 비중을 대폭 축소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영국이나 체코 등이 원전 추가 건설을 추진 중이란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영국은 21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며 한국전력은 지난해 말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2040년까지 원전 4기를 추가 건설할 체코는 지난해 한국에 원전 특사를 파견했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12월 체코 총리 내정자를 만나 원전 수주 참여 의사를 밝혔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작년 12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대선 공약인 '원전의 단계적 축소'를 당분간 보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원전은 탄소 배출에서 자유로운 에너지원"이라며 "신재생에너지는 출력이 불안정해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독일의 탈원전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며 "독일은 많은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했지만, 화력발전소 가동을 대거 재개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렸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일본도 현재 전체 전력 공급의 2%가량에 불과한 원자력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22%로 높이기로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단했던 원전 가동을 본격 재개하기로 한 것이지만 이 같은 내용은 사이트에 소개하지 않았다.

    정부는 또 "대형 안전사고는 예기치 않게 일어날 수 있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을 100만년 가동할 때 사고 1회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지만, 으레 그렇듯 사고는 예기치 않게 일어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스리마일, 일본 후쿠시마,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예로 들어 "중대 사고가 벌써 3건이나 발생했다. 확률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라고 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전 세계가 인정한 우리 원전의 우수성과 안전성·경제성을 널리 알려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해야 할 정부가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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