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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다시 불붙은 화성 탐사… 美는 땅속, 유럽은 대기 속으로

  • 이영완 기자

  • 입력 : 2018.05.10 03:08 | 수정 : 2018.05.10 05:29

    - 미국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
    지진계로 화성의 진동 감지, 지하 5m 깊이에서 열 흐름 측정

    지난 5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를 실은 아틀라스V 로켓을 발사했다. 인사이트는 오는 11월 화성에 착륙해 지각의 구조와 열수송 형태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NASA는 이를 통해 화성의 가장 안쪽에 있는 핵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낼 수 있다고 본다.

    이달부터 유럽우주국(ESA)은 러시아 연방우주청(로스코스모스)과 함께 2016년 발사한 탐사선 TGO를 화성 상공 400㎞ 고도로 이동시켜 대기 중의 메탄가스를 탐지하고 있다. 메탄은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줄 수 있는 기체이다.

    2030년대 유인(有人) 화성 탐사를 앞두고 우주 선진국들이 화성에서 연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화성 탐사가 이동형 로봇으로 지표면을 촬영하는 등 주로 겉모습을 봤다면 이제는 대기와 땅속으로 들어가 화성의 속살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과연 붉은 행성의 숨겨진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지진계로 화성의 핵심 알아낸다

    인사이트는 오는 11월 26일 화성의 적도 부근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한다. '낙원'이란 이름 그대로 주변에 장애물 하나 없는 평탄한 지역이다. NASA 수석연구원인 브루스 바너트 박사는 "주차 구역이 100㎞ 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NASA가 화성 착륙선을 발사한 것은 2011년 발사된 큐리오시티 이후 7년 만이다. 특히 과거 착륙선들이 주로 토양에서 물과 같은 생명체의 흔적을 찾았다면 이번에는 순전히 지질학·물리학 연구에 집중한다. 인사이트라는 이름도 '지진조사·측지학·열수송을 이용한 내부 탐사(Interior Exploration Using Seismic Investigations, Geodesy and Heat Transport)'의 영문 약자에서 따왔다.

    미국과 유럽의 화성 탐사 경쟁 그래픽
    그래픽=김충민
    인사이트는 화성 착륙 후 로봇팔로 돔 형태의 지진계를 탐사선 옆에 내려놓는다. NASA는 인사이트가 임무 기간인 2년 동안 규모 5 이상의 지진을 10여개 포착할 수 있다고 본다. 로봇 팔은 동시에 지하 5m 깊이로 들어가는 열 감지 센서도 설치한다.

    NASA 과학자들은 화성의 지진파와 열수송 상태를 분석하면 지각의 두께와 핵의 밀도 등을 알 수 있다고 본다. 행성은 탄생 초기에는 전체가 뜨거운 용암 상태였다가 식으면서 표면부터 지각이 된다. 따라서 화성 내부의 현 상태를 알면 거꾸로 언제 화성에서 화산 활동이 활발했는지, 그 후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알 수 있다. NASA 과학자들은 "화성을 통해 지구의 미래도 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세 번째 장비는 착륙선에 있는 라디오 안테나이다. 5400만㎞ 이상 떨어진 지구에 있는 안테나와 교신을 하면서 착륙선의 위치 변화를 센티미터 단위로 알아낸다. 이는 화성이 날달걀처럼 겉이 단단하고 안은 물렁물렁하면 회전할 때 안팎이 한 몸으로 회전하지 못해 미세한 요동이 일어난다. 이를 감지해 화성의 액체 핵이 얼마나 큰지, 밀도는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인사이트가 수집한 정보는 화성 주위를 도는 궤도선을 통해 지구로 전송된다. NASA는 이번에 서류 가방 크기의 초소형 인공위성 '마스 큐브 원(Mars Cube One)' 두 대를 함께 발사했는데, 이들이 통신중계용 궤도선 역할을 맡는다. 초소형 위성이 행성 탐사에 참가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대기에서 생명체 흔적 찾는다

    유럽과 러시아는 앞서 2016년

    화성 탐사계획 엑소마스(ExoMars)의 일환으로 탐사선 TGO를 발사했다. TGO는 '미량 기체 추적 궤도선(Trace Gas Orbiter)'의 약자이다. 당시 TGO는 스키아파렐리라는 탐사선을 화성으로 내려보냈으나 착륙에는 실패했다.

    TGO는 이름 그대로 화성 대기에서 1%도 차지하지 못하는 미량의 기체 성분을 추적한다. 핵심은 메탄이다. 지구에서 메탄은 가축의 위나 습지에 있는 미생물이 만들어낸다. 만약 화성의 메탄이 생물에 있는 다른 유기 분자와 같이 발견되면 생명체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4년 유럽의 마스 익스프레스 궤도선은 화성의 대기에서 10억 분자 중 한 개 정도의 농도로 메탄을 포착했다. 10년 뒤 미국의 큐리오시티 탐사 로봇도 화성 표면에서 메탄을 감지했다. 화성에는 고에너지의 우주 먼지와 자외선이 쏟아지기 때문에 메탄이 금방 분해된다. 그렇다면 어디선가 계속 메탄이 생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암석의 화학반응만으로도 메탄이 생성될 수 있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감람석은 물(H₂O) 분자에서 산소(O)와 수소(H) 원자 하나씩을 빼앗아 사문석(蛇紋石, 뱀무늬 대리석)이 되고 남은 한 개의 수소 원자를 방출한다. 이 수소가 탄소와 4대1 비율로 결합하면 메탄이 된다. ESA의 수석 자문 과학자인 마크 매코프린 박사는 "암석에서 메탄이 나왔다고 해도 생명체에 필수적인 물이 지하에 있다는 증거가 되므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2020년 미·유럽 탐사선 조우 가능성도

    유럽은 2020년 엑소마스 탐사선의 2차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궤도선과 함께 착륙선, 이동형 탐사로봇도 보낸다. 착륙선에는 미국의 인사이트 탐사선처럼 지진계도 장착된다. 인사이트가 그때까지 가동을 하면 미국과 유럽, 러시아가 화성에서 지진 관측과 분석을 함께 하는 초유의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앞서 NASA는 1970년대 화성으로 지진계를 장착한 바이킹 착륙선 두 대를 보냈지만, 그중 한 대만 제대로 작동했다. 그나마 착륙선 위에 붙어 있어 지진보다 돌풍으로 인한 진동을 측정하는 데 그쳤다. 러시아도 1996년 지진계를 장착한 화성 착륙선을 개발했으나 로켓 이상으로 발사에 실패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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