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이 접목된 서비스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라인이 먼저 블록체인 생태계를 조성해 실생활에 유용한 서비스를 선보이겠습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의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박의빈(44·사진)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지난달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올 상반기 안에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인프라) 기반의 다양한 앱(응용프로그램)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네이버 지식인과 비슷한 질의응답 서비스 '라인 큐(LINE Q)'가 유력한 후보군으로 알려졌다. 답변을 다는 이용자에게 가상 화폐를 주는 방식으로 확실한 동기 부여를 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라인 큐 같은 자체 서비스들을 탑재한 뒤, 다른 스타트업들을 라인 블록체인으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박 CTO는 "보상으로 토큰(가상 화폐)을 주기 위해 가상 화폐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만 돈을 목적으로 한 ICO (가상 화폐 공개)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박 CTO는 IT업계에서는 드문 여성 최고기술책임자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검색업체 첫눈에서 개발팀장을 하다가 첫눈이 네이버에 인수되면서 일본으로 건너가 모바일 메신저 라인 개발에 참여했다. 현재 라인에 어떤 기능을 넣고 뺄지, 어떤 신기능을 접목할지는 모두 그가 판단한다.
박 CTO는 일본 검색 시장 재도전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2007년 네이버가 일본 검색 시장에서 고전한 건 결국 현지의 데이터가 없어 이용자를 끌어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라인이 수년간 일본 메신저 1위를 하며 쌓은 데이터와 노하우로 승부를 보겠다"고 했다. 박 CTO는 "다만 구글처럼 검색창만 만드는 게 아니라 라인 안에서 이용자가 편리하게 검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인은 올 1분기 매출 487억엔(약 482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의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1월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가상화폐 거래소, 대출·보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현재 일본 금융청에서 등록 심사를 받고 있다.
박 CTO는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공룡들도 조만간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구글은 큰 회사이고 기술적으로 강점이 많다"면서도 "라인은 해외 2억명이 쓰는 메신저뿐 아니라 페이(간편결제), 배달, 택시 등 수많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 경험을 축적해왔기 때문에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