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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화재 진압… 출석까지 체크한다

  • 박순찬 기자
  • 입력 : 2018.04.30 03:07

    산업계로 음파 통신 기술 확산

    충북 청주대는 올 3월부터 국내 최초로 음파(音波) 통신을 활용한 전자 출결 시스템을 전 강의실에 도입했다. 음파 통신은 사람이 듣지 못하는 높은 주파수에 데이터를 실어 보내는 기술이다. 교수가 출석을 부르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초음파를 쏘면 학생들의 스마트폰이 이를 수신해 자동으로 출석이 체크되는 식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장비가 필요 없이 학생증 앱에 관련 기능을 추가한 것이 전부다. 음파 통신 기술을 제공한 벤처기업 사운들리 김태현 대표는 "와이파이(무선랜)나 블루투스 기반의 다른 대학 전자 출결 시스템에선 강의실 밖 복도에서 부정 출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음파는 유리창이나 출입문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강의실에 있는 학생들만 정확하게 체크된다"고 설명했다.

    100헤르츠 이하의 저주파를 쏘는 음파 소화기로 불을 끄는 실험 장면.
    100헤르츠 이하의 저주파를 쏘는 음파 소화기로 불을 끄는 실험 장면. 이 소화기는 소방 전문기업 나노메딕스가 소리 공학 전문가인 숭실대 배명진 교수팀과 공동 개발했다. /나노메딕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소리 산업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인공지능(AI)·가전·자율주행차와의 소통, 본인 인증도 음성으로 이뤄지면서 사람의 목소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고 동시에 음파 기술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금까진 주로 의료·군사 분야에 쓰였지만 이젠 대학가를 비롯해 소방(消防)·숙박·금융·가전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지하철역 알림, 간편결제… 생활 속 소리 기술 확산

    숙박업체인 호텔여기어때는 지난 23일 음향기술 전문업체 제이디솔루션과 손잡고 소리 공학을 접목한 스마트호텔을 연내 구축하기로 했다. 특정 구역, 특정 사람에게만 정확하게 소리를 전달하는 특수 스피커를 객실에 설치해 투숙객에게 수면을 유도하는 음원(音源)을 틀어준다. 객실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가 나면 이를 상쇄시킬 수 있는 주파수를 쏴서 소음을 최소화하는 기술도 적용한다. 호텔여기어때 서무정 부대표는 "첨단 소리 기술을 활용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속속 도입되는 소리 기술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2호선은 올 3월부터 음파 기술을 활용한 '하차역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하철안전지킴이 앱에서 출발역·도착역을 미리 설정하고 알람 기능을 켜면 도착할 때쯤 스마트폰에 진동과 함께 알람이 뜬다. 지하철 안내방송을 할 때 사람은 듣지 못하는 초음파에 도착역 정보를 함께 실어 보내는 것이다. 꾸벅꾸벅 졸고 있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든 이 알람을 통해 도착역을 놓치지 않게 한다. 조만간 5, 7호선에도 이 같은 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글로벌 벤처에만 투자해온 삼성전자의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가 작년 7월 처음 투자한 국내 스타트업도 소리를 다루는 모비두였다. 이 회사는 올 들어 롯데백화점·롯데마트·하이마트·세븐일레븐 등 2만여 점포에 음파결제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6000여 점포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올해 중 인도네시아 결제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모비두 이윤희 대표는 "별도의 장비 필요 없이 결제 단말기가 결제 정보를 담은 음파를 스마트폰에 전달해 결제하는 방식"이라며 "국내외 모든 결제 서비스에 음파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소리로 불 끄고, 음파 진동 가전… 산업계 확산

    산업 분야에도 소리 기술이 속속 적용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는 음파로 불을 끄는 소화기가 등장했다. 소방 전문기업 나노메딕스가 소리공학 전문가인 숭실대 배명진 교수팀과 공동 개발한 음파 소화기다. 전자 기기처럼 생긴 이 제품은 불길을 향해 물·화학약품 대신 100㎐(헤르츠) 이하의 저주파(低周波)를 쏴서 초기 화재를 진압한다. 배 교수는 "음파의 에너지 때문에 불씨가 계속 흔들리면서 얇은 막이 형성되고 결국 산소가 차단돼 불이 꺼지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성과 조지메이슨대에서 이미 소리로 불 끄는 것을 시연한 바 있는데 이를 제품화한 것이다. 나노메딕스 정영우 대표는 "언제 어디서든 열(熱)만 감지되면 곧바로 음파를 쏴서 화재 예방이나 초기 진화(鎭火)가 가능하다"면서 "배터리만 갈아주면 되기 때문에 산업체 배전함이나 사무실 천장, 화재 안전 교육용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전동칫솔, 안마의자, 커피머신, 식기세척기와 같은 가전에도 음파 기술이 속속 탑재되고 있다. 분(分)당 수만 번씩 진동(振動)하는 음파의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음파 진동이 미세한 공기 방울을 만들어 치석 제거, 식기 세척 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이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은 "과거엔 시각적 경험이 중요했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점차 소리 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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