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돌입…LCD 공장 OLED 전환도 검토
中 LCD 공세는 가속화…"보릿고개 어떻게 버티나"

올해 1분기에 6년 만에 적자전환한 LG디스플레이(034220)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중국 기업들이 LG디스플레이의 주력 사업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을 공급과잉 상태로 몰아넣으며 시장 전체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의 최대 위기다.

김상돈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5일 1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성과가 나오고 있는 OLED, 플라스틱 OLED(POLED) 사업 분야에 대한 설비투자를 조정하는 등 비상경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최대 매출처인 LCD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OLED 분야의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전경.

LCD 시장의 불황은 이미 수년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BOE, TCL 등 중국의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10세대 이상의 초대형 LCD 패널 공장을 잇달아 설립하면서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장악해온 대형 LCD 시장이 사실상 중국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도 OLED를 차세대 전략 사업으로 육성해왔다.

문제는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사업이 아직도 적자 신세라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OLED 패널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지만, 흑자전환 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이에 따라 회사는 OLED 사업의 규모와 생산성을 대폭 키우기 위해 중국 광저우 공장에 새로운 OLED 8세대 공장 설립을 발표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임시방편으로 기존 LCD 공장을 OLED 설비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김상돈 부사장은 "필요할 경우 국내 LCD 공장을 OLED 공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며 "OLED로의 사업 전환이라는 전략적 기조하에 우선 순위에 기반해 선택적 역량 집중할 부분을 논의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눈 앞의 보릿고개를 버티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는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분기에 9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LG디스플레이가 2분기에는 적자폭을 오히려 더 늘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BOE 공장에서 양산되는 대형 TV패널의 가격 하락률이 큰 폭으로 나타나며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 급감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LCD 패널 공급량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은 LC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가 수익성을 되찾을 만한 기회요인이 보이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 최대의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를 필두로 차이나스타, 폭스콘 등 대형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올해부터 2년 동안 총 7개에 달하는 10세대 LCD 공장을 순차적으로 가동한다. 이에 따라 향후 5년동안 전 세계 평판 디스플레이 공급증가율이 연 평균 59%에 달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10세대 LCD 패널 공장이 처음 우려보다는 빠른 속도로 안정화되고 수율 또한 견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해서 중국, 대만 기업들의 LCD 생산량이 상승추세를 나타낼 전망이기 때문에 LCD 패널 가격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