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한달새 15만개 쏟아졌다...자영업의 위기

입력 2018.04.20 06:05

올해 2월 문을 닫은 사업체 수가 새로 생긴 사업체 수보다 7만7300개 많아 ‘사업체 순소멸(순감)수’가 2015년 1월(8만200개) 이후 3년 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16.4%)과 건설 경기 냉각에 따라 자영업자와 건설 하청업체 폐업이 증가한 결과로 경제 전반의 활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0일 한국고용정보원이 고용보험 가입자를 기반으로 조사한 ‘사업장 성립소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문을 닫은 소멸 사업체 수가 14만9300개로 새로 만들어진 성립 사업체 수인 7만1900개의 두배를 넘어섰다. 2월 소멸 사업체 수는 2016년 3월(-16만2718개) 이후 1년11개월만에 최고치인 반면 2월 성립 사업체 수는 지난해 1월(6만8297개) 이후 1년1개월만에 최저치다.

통상 1~2월은 소멸 사업체가 많은 시기다. 폐업이 잦은 연말에 문닫은 사업체의 폐업 처리가 연초에 이뤄지는 경향이 있고, 일감이 적은 겨울철에 건설 하청업체가 문닫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 설 연휴가 끼어 있어 사업체 창업 신고 및 처리 건수도 그만큼 감소한다.

하지만 1~2월을 한데 묶어서 비교해 보아도 올해 1~2월 순소멸 사업체 수는 11만9135개로 두드러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순소멸 사업체 수(9만7755개)보다 21.8% 늘어난 수준이다. 2016년 3만9798개와 비교하면 3배에 가깝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나 영세 소기업 중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자영업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조선업 구조조정 이슈 등은 2016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7년 문재인 정부 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 올들어 순소멸 사업체수 2년 전 3배...최저임금 발표 이후 문닫은 사업체 급증

문닫은 사업체 수가 급증한 주된 원인으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꼽힌다.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동안 문닫은 사업체 수는 92만4316개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76만975개보다 16만3341개(21.5%)나 많았다. 특히 이 기간 순소멸 사업체수는 9만9827개로 전년동기(2만9068개)의 3배를 넘어섰다.

사업체 소멸 수는 지난해 6월 11만8700개로 뛴 뒤 11월까지 5개월 연속 월 10만개를 넘었다. 12월에 일시적으로 6만2200개로 둔화됐으나 올 1월부터 다시 껑충 뛰었다. 월 10만개 이상의 사업체 소멸이 이렇게 장기간 이어진 것은 200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없었던 현상이다.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종만 놓고 봐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의 파장은 여실히 드러났다. 이 기간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종에선 순소멸 사업체 수가 4800개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1만7100개 순증한 것과 비교해 2만2000개나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6월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발표되면서 자영업 창업은 지지부진했던 반면 폐업 자영업자는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업종 사업체 수는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1만5200개, 2015년 7월부터 2016년 2월까지는 2만1600개 각각 순증가한 바 있다.

◇ ‘건설 경기 냉각'...건설 하청업체 폐업도 주된 요인


경기도 화성시 동탄2 신도시 건설 현장. /조선일보DB
건설 경기 냉각도 소멸 사업체수 급증의 또다른 주된 요인이다. 올해 1~2월 건설업 사업체 감소 수는 12만2000개로 전년동기(-9만3000개)보다 2만9000개 많았다.

건설 경기는 지난해 8.2 부동산 규제 대책(서울 세종 등 투기과열지구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지방 전매제한 도입 등) 발표와 올해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급감 여파 등으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집계하는 건설기업경영실사지수(CBSI)는 지난해 12월 이후 80 전후에서 머물고 있다. 이 지표는 100을 밑돌면 그만큼 건설 경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방 건설 경기가 극심하게 위축되면서 2017년 4분기 이후 계속 부진한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겨울에 하청업체 등의 폐업이 늘어나긴 하지만 이전보다 문닫는 곳이 더 많은 이유는 건설 경기 때문”이라며 “소규모 회사나 하청업체들이 문을 많이 닫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7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동안 건설업 사업체 순감소수는 4만3300개에 달했다. 전년 동기에는 건설업 사업체수가 5만1800개 순증했다는 것과 대조적이다.

◇ 올해 1분기 실업급여 신청자 2010년 이후 최대


한국 노동시장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신규 취업자 증가에 큰 역할을 해왔다. 전현배 서강대 교수 등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6~2011년 연평균 순고용창출 69만개 중 10인 미만 소기업 비중이 67.6%(46만6500명)를 차지했다. 10인 이상 250인 미만 중(中)기업은 31.9%(22만400명)였으며, 250인 이상 대기업은 0.04%(2900명)에 불과했다. 특히 10인 미만 소기업 창업으로 늘어난 고용 인원은 연 평균 64만6000명에 달했다. 소기업의 폐업 증가 뿐 아니라 창업 둔화도 고용 시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1분기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62만8000명으로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건설 경기 냉각과 최저임금 급등이 실직의 주요 원인이었다. 전년동기대비 건설업 종사자의 실업급여 신청건수 증가율은 25.0%(6만7000명)를 기록해 산업 중에서 가장 높았다. 또 숙박 및 음식점업의 경우 12.4%(3만4000명), 사업시설 관리·사업 지원·임대서비스는 9.3%(7만2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의 경우 8.7%(7만4000명) 등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높은 산업에서 실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실업급여 신청자(12만2000명)가 전년 동기 대비 19.2% 뛰었다. 50대(15만7000명)는 7.8%, 40대는(13만1000명) 6.2% 각각 늘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장·노년 근로자를 대상으로 해고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의미다. 이들을 많이 고용하는 음식숙박업, 시설관리 서비스업 등이 그만큼 채산성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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