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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포커스] 물컵 던졌다는 조현민, 대한항공 임원 못하게 될까

  • 이현승 기자
  • 입력 : 2018.04.19 10:22 | 수정 : 2018.04.19 10:43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대한항공 조현아, 조현민 자매의 '갑질' 논란에 또 한번 여론이 들끓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공사 오너가(家)에 속했다는 이유로 별 문제 없는 비행기를 회항시킨 데 이어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가 회의 도중 광고업체 직원에게 물컵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19일 범법을 저지른 항공사 임원의 자격 박탈기간을 늘리고 비등기이사도 해당 되도록 하는 ‘항공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다. 항공사 업무와 직접 관련된 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선고 받으면 집행종료 일 부터 5년 간 항공사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에선 금고 이상 실형의 경우 3년, 집행유예는 유예기간 동안 임원을 할 수 없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법안에는 임원의 범위에 집행임원과 업무집행지시자 등 미등기 임원도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미등기이사인 조현민 전무가 항공사업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현재 항공법에선 외국 국적자는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조 전무는 미국 국적자임에도 불구하고 미등기이사라는 이유로 임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 “조현아, 2024년 말에나 대한항공 복귀 가능…조현아는 경영 물러나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대한항공의 국적기 자격을 박탈하라”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한 청원인은 “조현아의 ‘땅콩 회항’과 조현민의 ‘물컵 폭행’ 등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몰상식한 언행이 해외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한민국의 이미지까지 실추시키고 있다”며 “대한항공이 나라 국호인 ‘대한’을 달고 그 이름에 먹칠하는 작태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여론이 대한항공 일가에 분노하는 건 이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단기간 내에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12월 항공기를 회항시키고 유죄 선고를 받아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지만, 약 3년 만인 지난달 한진그룹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조현민 사장도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금방 경영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오는 2024년 말까지 대한항공 경영진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조 전 부사장은 작년 말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 받아 현행법상으론 집행유예기간이 끝나는 2019년 말 대한항공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 개정안에선 벌금형 이상만 선고 받아도 집행종료부터 5년 간 임원이 될 수 없다. 집행유예기간 2년까지 합쳐 7년이 지난 2024년 말까지 임원 자격이 박탈된다.

    조현민 전무의 경우 항공사 임원직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현행 항공법상 임원이 될 수 없는 경우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거나 ▲외국정부 또는 외국의 공공단체 ▲외국의 법인 또는 단체 등이다. 조 전무는 미국 국적자이지만 미등기이사라는 이유로 대한항공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물컵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는 대기발령 상태다.

    ◇ 통과 가능성 높지만…외국인 미등기이사 짐싸야 되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달 중 법안소위원회를 열고 이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직원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는 대기업 오너가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안 좋은 상황인데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도 법을 위반한 임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런데 법안이 통과될 경우 조현민 사태가 애꿎은 국내 항공사 외국인 미등기이사에게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항공사에선 항공 분야 전문성을 가진 외국인을 미등기이사로 선임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조 전무 때문에 이들이 짐을 싸야 할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 논란은 대기업 오너가의 문제지 외국인 임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과잉 입법이란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불법을 저지른 임원이 비(非)항공 계열사로 이직하는 데에는 여전히 법적인 걸림돌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오너 일가가 그룹 내 관광, 호텔, 케이터링(catering·출장 급식) 등 비(非)항공 계열사 임원에 이름을 올려 항공사에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현아, 조현민 자매는 항공 사업 뿐 아니라 호텔 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이고, 조 전무가 대표이사다. 칼호텔네트워크는 제주KAL호텔, 서귀포KAL, 제주파라다이스호텔, 그랜드하얏트인천 4개 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폭행죄 등 항공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임원으로 재직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도 현행법의 한계로 지적된다. 조현민 전무의 경우 물을 뿌린 혐의가 입증되면 ‘폭행죄’에 해당되는데 이는 항공사업과 직접 관련된 법은 아니다. 항공사업법에선 ▲항공안전법 ▲공항시설법 ▲항공보안법 ▲항공·철도 사고조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금고 이상 실형을 받은 사람을 임원으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갑질 문화를 뿌리뽑기 위해선 사내 제보 문화를 활성화 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피해자 보호를 강화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항공처럼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의 경우 임원에 대한 사내 제보가 사실상 불가능해 갑질이 용인돼 왔다는 지적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폭언을 당하고 결국 회사를 그만둔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17일 국회를 찾아 “조현아 전 부사장은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피해자인 저는 아직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항공법에서는 안전운항을 방해하는 승객들의 처벌을 더욱 강화하고있는 추세이나 권력을 가진 재벌에게는 이러한 책임까지 주어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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