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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속 육아천국,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 "아이 열나서 조퇴" 말했더니… "당연한 걸 왜 묻느냐"

  • 이경은 기자

  • 입력 : 2018.04.17 03:18

    [아이가 행복입니다]
    스웨덴 시스템으로 '육아 이민'… 두 아이 아빠 朴씨의 사례

    두 아이의 아빠 박용훈씨는 2년 전 둘째 예온이가 태어날 즈음 이직했다. 호텔에서 일하던 박씨가 회사에 딱히 불만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이케아에 직장 어린이집(다기스)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육아 독립군인 우리 부부가 안심하고 맞벌이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이케아코리아로 이직한 박씨는 아침 9시 온유와 예온이를 1층에 있는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다. 어린이집은 아침 7시 반부터 밤 10시 반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불규칙한 근무 시간에도 걱정이 없다.

    박씨는 "몸은 한국에 있지만 전혀 다른 보육 시스템 속에 들어와 있다"며 "난 아이 키우기 힘든 대한민국에서 육아 천국인 스웨덴으로 떠난 '육아 이민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이케아 어린이집에서 박용훈씨가 휴식시간 중 잠깐 들러 예온이를 돌보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이케아 어린이집에서 박용훈씨가 휴식시간 중 잠깐 들러 예온이를 돌보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스웨덴 가구 회사인 이케아는 4년 전 오픈한 광명점이 첫해 전 세계 매장 415곳 중 매출 1위를 차지하자 깜짝 놀랐다. 이케아 본사가 한국에서 놀란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아빠들을 위한 배려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100% 유급인 한 달짜리 아빠 출산휴가는 그런 고민에서 나온 정책이었다. 안드레 슈미트갈 대표는 "한국인 직원들이 처음엔 '정말 다녀와도 괜찮으냐'며 반신반의했다"면서 "나부터 3년 전 늦둥이 아들이 태어났을 때 다녀왔더니 제도가 정착했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갓 출산한 산모 곁을 지키려는 남편을 위해 3일간 유급휴가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휴가마저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출산휴가를 다녀온 남성 공무원에게 '휴가라고? 네가 아기 낳았니?'라며 핀잔을 준 구의원도 있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출산휴가를 다녀온 아빠 직원이 있는 곳은 286곳에 그쳤다.

    한국과 스웨덴의 육아 환경 비교표
    이케아 어린이집에서 만난 한은애씨는 세 살짜리 딸 이레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지 못해 출근 시간을 9시에서 한 시간 미뤘다. 한씨는 "아이가 열나서 바로 조퇴해야겠다고 말했더니 매니저가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표정을 지었다"면서 "스웨덴 본사 직원들은 가정을 포기하다시피 일하는 한국인들을 매우 이상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주 근무시간이 16~40시간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출산·양육 부담이 생긴 직원은 일터를 떠나기보다는 근무 시간을 조정한다. '도담도담(아이가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습을 뜻하는 우리말) 프로그램'은 난임 시술 휴가와 태아 건강검진 등 젊은 부부들이 육아에서 원하는 혜택들이 주기별로 담겨 있다.

    마리아 천 HR 담당 매니저는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회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아이 때문에…'는 핑계가 아니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직원의 권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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