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김기식 14일 최단명 금감원장 불명예...발탁부터 퇴진까지

  • 이승주 기자

  • 입력 : 2018.04.16 21:11 | 수정 : 2018.04.17 14:52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의원 및 더미래연구소장 재직 당시 ‘외유(外遊)성 출장’과 고액 강연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끝에 16일 불명예 사퇴했다. 이로써 김 원장은 지난 2일 취임한지 14일만에 불명예 퇴진한 최단명 금감원장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김 원장은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그의 ‘5000만원 셀프 후원’에 대해 “위법하다”고 결론내자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 원장에 대해 “위법이 있다면 사퇴토록 하겠다”고 밝혔었다.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김 원장의 깜짝 발탁에서부터 불명예 퇴진까지 되짚어본다.

    김 원장은 ‘2013년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한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지난달 30일 금감원장에 깜짝 내정됐다. 이어 이달 2일 제12대 금감원장에 공식 취임하고 임원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하는 것으로 금감원장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식에서 “바닥에 떨어진 감독당국의 권위와 위상을 재정립하겠다”고 천명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조선DB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조선DB
    그러나 같은 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김 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더미래연구소장인 김 원장이 지난 2015년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기관의 국회 담당자를 모아놓고 고액 수강료를 받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 것과 한국거래소가 전액 비용을 부담한 2014년 우즈베키스탄 출장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김 원장은 지난 3일에는 첫 외부 일정으로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서울 핀테크 랩’ 개관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참여연대에서 함께 일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고 이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상견례 시간을 가졌다. 김 원장은 전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 5일에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도 면담했다. 정 장관 역시 박 시장과 마찬가지로 참여연대 출신이다. 이날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김 원장이 국회 정무위원 시절인 2015년 5월 25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정무위 피감 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비서(나중에 인턴으로 밝혀짐)와 함께 미국 워싱턴DC,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로마, 스위스 제네바 등을 방문한 사실이 보도됐다.

    김 원장 일행이 열흘간 지출한 비용은 총 3077만원으로 이 중 김 원장과 인턴의 항공료는 1476만원, 숙박비는 320여만원이었다. 그 밖에 전체 일행의 교통비와 가이드 비용, 1일 업무추진비(일명 일비) 등으로도 총 1200여만원이 사용됐다.

    지난 6일에도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이 불거졌다. 민간은행인 우리은행 예산으로 중국 충칭과 인도 첸나이를 2박4일 일정으로 방문했다는 내용이다.

    김 원장은 외유성 출장 등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진지 일주일이 지난 8일에서야 첫 공식 해명을 내놨다. 김 원장은 금감원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해외 출장 논란에 대해 죄송하다”면서도 “출장비를 댄 기관에 혜택을 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원장의 해명에 힘을 실어주듯 청와대도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은 “실패한 로비”라며 “임명 철회도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원장은 정면돌파를 의지를 드러냈지만 논란은 계속 커져만 갔다. 김 원장의 해외 출장에 동행한 사람이 사실은 비서가 아닌 인턴 신분이며 이후 초고속 승진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인턴과 비서관을 구분하지 않고 운영했다”며 “해당 인턴은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박사학위 과정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연구기관을 소관하는 경제인문 사회연구회를 담당토록 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역시 조국 민정수석이 임종석 비서실장 지시에 따라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을 확인한 결과 해외 출장 건들은 모두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野) 3당은 김 원장이 피감기관 돈으로 떠난 외유성 출장이 ‘로비’ 의혹이 짙고 해명 내용도 진실성이 의심된다며 김 원장의 사퇴와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언론과 정치권의 계속되는 압박에도 김 원장은 금감원장 본연의 업무에 집중했다. 지난 10일 김 원장은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태’와 관련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사 대표이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원장과 국내 증권사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김 원장의 이른바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폭로도 계속 이어졌다. 같은 날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김 원장이 참여연대 사무총장 시절인 2007년 포스코 지원을 받아 1년간 해외연수를 다녀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금감원과 포스코는 유 공동대표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김 원장 국회의원 임기 만료 직전 5000만원 더좋은미래연구소(이하 더미래)에 땡처리 후원 의혹’, ‘김기식 운영 더미래, 고액강좌 2년간 총 2억원 수입’ 등의 보도가 나왔다.

    11일에는 김 원장이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의 아내로부터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논란이 됐다. 김 원장은 네번째 공식 입장을 통해 의혹을 시인하면서도 조 전 부사장이 김 원장의 대학 후배임을 강조했다.

    같은날 청와대는 “김 원장의 해임은 불가하다”며 입장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원장의 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 등 어느곳에 배당할 지를 두고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에도 김 원장에 대한 다양한 의혹이 쏟아졌다. 김 원장이 지난 2013년 12월 과거 효성그룹 분식회계에 연루됐던 삼정KPMG 회계법인 전 고위 관계자로부터 4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김 원장이 지난 2015년 11월 10일부터 15일까지 5박6일간 ‘국외사적지 실태 확인’ 명목으로 중국 대련과 뤼순, 일본 도쿄와 도야마 등지를 다녀왔는데 여야 의원들이 단 한명도 참여하지 않은 채 보훈처 직원과 둘이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계봉오 교수가 김 원장으로부터 1000만원을 연구용역비를 받고 이 중 500만원을 더미래에 기부한 사실도 추가 확인됐다.

    이번에도 김 원장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김 원장은 이날 추가로 두 차례 보도 해명자료를 내고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김 원장은 미국 스탠포드대 방문연구원 참여와 관련해 “국내 대기업 지원을 일체 받은적 없다”고 했다. 국가보훈처 출장과 관련해서도 “총 8건(15명의 의원이 참가)이 있었으며, 이중 의원 1인이 단독으로 출장간 사례는 본인 사례 외에도 몇 차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더미래연구소 출연과 관련해서는 “당시 선관위 답변의 기본취지는 해당 단체나 법인의 규약 등에 따라 추가 출연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더미래의 규약(제16조) 및 관련 절차에 따라 종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출연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 원장을 둘러싼 해외 출장 및 국회의원 임기말 후원금 사용 관련 의혹들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적법성 여부를 판단받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국회의원의 임기 말 후원금 기부 ▲피감기관 비용 부담으로 가는 해외 출장 ▲보좌 직원과 인턴과의 해외 출장 ▲해외출장 중 관광 등이 적법한지 공식 질의했다.

    상황은 김 원장에게 안좋은 쪽으로 흘러갔다. 사건 배당을 두고 고민하던 검찰은 김 원장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배당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정의당도 김 원장의 자진사퇴 촉구를 당론으로 정했고 김 원장이 과거 몸담았던 참여연대 역시 “실망스럽다”는 논평을 내놨다. 여론 역시 악화일로였다. 김 원장의 거취와 관련된 여론조사에서 ‘사퇴 찬성’ 의견이 과반이 나온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13일에는 김 원장이 의원 임기 종료 직전 더미래연구소에 후원금 5000만원을 보낸 후 자신이 그 연구소 소장으로 선임되면서 후원금보다 많은 8550만원을 인건비 명목으로 받아갔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한국거래소(KRX) 부담으로 다녀온 우즈베키스탄 출장이 김 원장의 해명과 달리 ‘4박6일’짜리 외유성 출장이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김 원장은 2박3일간의 공무상 출장이라고 해명해 왔지만, 이 기간 동안 공식 일정은 우즈베키스탄 정부 관계자와 면담한 3월 25일 하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으로 사건을 배당한 검찰은 이날 김 원장이 의원시절 해외 출장비를 지원한 우리은행과 한국거래소를 압수수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 원장과 관련해 “국회 관행에 비춰 김 원장의 도덕성이 평균 이하라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16일 선관위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오후 4시부터 전체회의를 열고 청와대가 지난 12일 발송한 질의 사항을 논의했다. 선관위는 김 원장의 ‘5000만원 셀프 기부’에 대해 “종전 범위를 벗어나 위법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냈다. 곧바로 김 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