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천 칼럼] 여당의 실업대란 협박, 염치도 없나

입력 2018.04.17 04:00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이 지난 몇 년간 청년실업률이 개선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정반대 길을 가고 있다. 2013년 15.9%였던 OECD 청년실업률은 2016년 12.7%로 3.2%포인트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8%에서 지난해 9.8%까지 치솟았다.”

정부·여당의 정책 실패에 대한 야당의 비판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최근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말이다. 우 대표는 “구직활동을 포기한 청년 니트족도 지난해 기준 30만명을 돌파하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작년 10월부터 실업률이 4.1%를 유지하고 있다. 2000년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4월 첫 주(週)까지 162주 연속 30만건 미만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7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경기가 호전되고 고용 사정이 개선되면서 해고·감원이 크게 줄어든 덕분이다.

유럽연합(EU) 실업률도 2008년 9월 이후 10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심지어 브렉시트 영향으로 경제 전망이 어두운 영국도 1975년 이후 가장 낮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일본 역시 20여년 만의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며 일자리가 남아돌고 있다. 세계 경제의 동반 상승세로 대부분 주요 국가에서 고용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한국은 거꾸로다. 지난 3월 실업률이 4.5%로 3월 기준으로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그동안 매달 20만~30만명선을 유지했던 취업자 증가 규모가 2~3월에 갑자기 10만명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1분기 취업자 증가수는 18만3000명으로 2010년 1분기 이후 8년만에 가장 적었다. ‘실업대란’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완성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고,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작년 7월엔 11조원이 넘는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고용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같은 외부 충격이 없었고, 세계 경제가 순항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한국 경제가 이렇게 거꾸로 가고 있는 원인은 국내에 있다. 한 마디로 정부의 정책실패다. 최저임금 인상과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등 친(親)노동 정책을 성급하게 밀어붙인 탓에 일자리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된 문제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통계청은 “산업 분류에 한계가 있어 (고용 악화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기저효과’ 핑계를 대기도 했다. 작년 3월에 취업자가 46만명이나 늘어났기 때문에 올해는 상대적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것이다.

궁색한 변명이다. 작년 3월엔 대통령 탄핵으로 사실상 정부가 없는 정책 공백 상황이었다. 그런데 작년 월별 취업자 증가 규모는 3월이 가장 컸고, 4월(42만명)이 그 다음이었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는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엔 한번도 40만명을 넘지 못했다. 차라리 정부가 없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그런데도 여당은 한술 더 뜨고 있다.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은커녕 변명하고 쑥쓰러워 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눈 앞에 청년 실업의 절벽이 보인다”면서 오히려 야당을 공격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데도 야당이 추경 처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대체 무슨 염치로 그렇게 당당한 건지 알 수가 없다.

추경 편성 논리가 빈약해도 결국은 통과될 것이다. 역대 추경안이 국회에서 막힌 전례가 없다. 이번에도 적당히 실랑이 벌이다 넘어갈 공산이 크다. 지금처럼 고용지표가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발등의 불을 끄려면 임시방편의 미봉책이라도 동원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아니라 어느 정부라도 비슷하게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효과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역주행에 대한 문제 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는 원인이 뭔지 따져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정책 오류와 실패에 대한 반성 없이 재정투입의 ‘만병통치약’을 오용·과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질환이 더 심해질 우려가 크다.

미국 애리조나 지역의 호피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한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불굴의 신념을 가지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애초 방향을 잘못 잡고도 불굴의 정신을 고집하는 것은 실패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정부·여당이 인디언 정신으로 한국 경제를 끌고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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