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ㆍ통상

산업부, 삼성 작업환경 보고서 '국가핵심기술' 결론 못내..회의 다시 열기로

  • 세종=전성필 기자

  • 입력 : 2018.04.16 14:30

    19~20일 고용부 공개 유예기간 끝나기 앞서 전문위 열어 결론내야

    삼성전자의 ‘작업 환경 측정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인지를 결정짓는 반도체전문위원회가 16일 개최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산업부는 보고서를 정밀 검토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 전문위원회를 다시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용부가 보고서 공개 강행 의지를 보이면서 같은 정부 부처인 산업부로서도 고용부와 정반대로 판정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직원들이 웨이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선일보DB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직원들이 웨이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선일보DB
    산업부는 삼성전자가 신청한 국가핵심기술 판정을 위한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전문위원회를 이날 개최한 결과 사업장별·연도별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를 보다 구체적이고 심도있게 검토하기 위해 전문위원회를 추가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달 19일 삼성전자 구미·온양 반도체 공장, 지난달 20일 기흥·화성·평택 공장에 대한 작업 환경 측정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공개 결정 후 30일 동안 유예기간을 둔다. 오는 19~20일 유예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산업부는 그전인 오는 17~18일 중 전문위원회를 열어 결론을 낼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문위원들이 최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 시간을 두고 자세히 살펴보기로 결정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전문위원회를 다시 열어 판정을 내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국가 산업기술 보호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전문위원회를 별도로 개최한다. 반도체전문위원회는 반도체 및 전자공학 교수, 연구소 박사 등 총 13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됐다.

    작업 환경 측정 보고서는 법령에 따라 사업장에서 6개월마다 작성해 고용부에 제출하는 자료다. 노동자에게 해를 끼치는 유해물질의 노출 정도, 사용 빈도 등을 측정한 결과를 적는다. 여기엔 공장 구조와 생산 공정에 쓰이는 화학물질 제품명과 취급량 등 삼성전자 반도체·스마트폰 제조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가 담겨 있다.

    고용부는 지난 2월 삼성전자 온양공장 근로자 유족이 낸 산업재해 정보공개 청구 항소심 재판에서 '공개' 판결이 나오자 사업장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원칙적으로 수용하라는 지침을 전국 지방노동청에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산업부에 작업 환경 측정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 관련 내용이 담겨있는지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기업 또는 기관은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정을 산업부 장관에 신청할 수 있다.

    산업부, 삼성 작업환경 보고서 '국가핵심기술' 결론 못내..회의 다시 열기로
    삼성전자와 고용부 간 갈등이 심화하자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 12일 “이 사안이 국가기밀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공공정보에 해당하는지 반도체전문위원회에서 전문가 위원들이 판정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부는 고용부나 삼성전자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가치 판단은 배제하겠다는 얘기다.

    백 장관은 “고용부는 노동자의 안전과 국민의 알 권리 등을 고민할 것이고, 산업부는 국가의 기밀사항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있는 사안이니만큼 (알권리와 국가 기밀사항에 대해)균형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백 장관은 “산업 기술이 외국이나 경쟁 업체에 유출될 가능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도 말해 산업부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산업부가 기업들의 기술 유출 방지에 책임이 있는 부처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측 손을 들어줘야 한다고 기대한다. 백 장관이 공대 교수 출신이라 국가기술 보호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측 주장에 무게 중심이 더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 공개 여부를 결정지을 국가핵심기술은 현행법상 기술·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성장 잠재력이 커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반면 산업부가 정부 부처로서 고용부와 정반대의 결론을 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부만의 입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정부의 정책 및 아젠다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산업부가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한쪽 측면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반론이 나오지 않도록 정교한 근거를 준비할 것이다”고 말했다.

    만약 전문위원회가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백 장관이 최종 결정문을 내야 한다. 산업부가 최종적으로 보고서에 ‘핵심 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할 경우 삼성전자가 제기한 행정소송 및 행정심판에서 삼성전자측에 유리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고용부는 삼성전자가 제기한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의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산업부 전문위원회 결과가 나오면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문위원회가 낸 결론이 즉시 법적 효력을 미치는 등의 강제성은 없지만, 국가 핵심 기술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의 공신력 있는 판단인 만큼 행정 소송에서 결정적인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고 있어 산업부는 최대한 객관적인 결론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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