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현민 전무, 일반 직원 만큼의 책임이라도 져야

입력 2018.04.16 11:35 | 수정 2018.04.16 14:44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는커녕 갑질이나 일삼고 온갖 스캔들로 사회면을 어지럽히고 있어 ‘대한’이라는 간판을, 이제 문재인 민주 정부에서 회수해 주시기를 간곡히 청원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재벌 3세인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가 광고대행사에 갑질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대한항공' 명칭을 바꾸라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 14일 조 전무로 추정되는 인물의 고성과 폭언이 담긴 음성파일이 공개되자 이 같은 청원 글은 300개를 넘어섰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기는 한데, 한가지 전제가 틀렸다. 조 전무에게 국내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라는 주장 자체는 성립되지 않는다. 조 전무의 국적은 미국으로 한국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없다. 한국 국민에게 조 전무는 그저 돈 많고 예의없는 검은머리 외국인일 뿐이다.

실제 조 전무는 지난 1983년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조 전무의 미국 이름은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다. 그럼 외국인인 조 전무가 국적항공사 대한항공과 자회사인 진에어를 물려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 현행 항공안전법 제 10조(항공기 등록의 제한) 1항에는 외국인(또는 법인)이 주식이나 지분의 2분의 1 이상을 소유하거나 그 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 항공기 등록이 불가하다는 조항이 있다. 국토부도 조 전무 국적이 진에어 대표이사 선임에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진에어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이 맡고 조 전무는 부사장 직함을 달고 있다.

조 전무가 이번처럼 안하무인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오너 일가만이 누리는 회사내 특혜 때문이다. 조 전무는 2007년 대한항공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2009년 부장, 2010년 상무, 2014년 전무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일반 월급쟁이들은 평균 22년이 걸려 기업 임원을 달게 된다. 조 전무는 입사 3년만에 임원으로 승진했고, 4년뒤 불과 서른한살의 나이에 전무까지 올라갔다.

사람은 실패없이 모든 일이 술술 풀리면 나르시시즘(자기애)이 강해져 본인이 ‘특별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나르시시즘이 여기서 한번 더 진화하면 남이 자기를 떠받들지 않을 경우 참을 수 없게 된다. 자신과 업무 미팅시 남들이 작은 실수라도 하면 화를 주체하지 못해 물컵을 던지고, 나이가 많은 임원들에게 화풀이하듯 고성과 폭언을 일삼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앞서 땅콩회항 사건때 언니 조현아 전 부사장이나, 노인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오빠 조원태 사장처럼 조 전무도 적당하게 사과하고 당분간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다 다시 업무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대한항공은 이들 오너 일가가 사고 치고, 복귀할때마다 기업 이미지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이번에는 대한항공 불매 운동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귀한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조 전무 스스로 그저 돈 많고, 예의없는 검은머리 외국인이 아니라 고귀한 신분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에 맞게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렇게까지 높은 수준의 의무를 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일반 직원 만큼은 책임져야 한다. 만약 오너 일가가 아닌 일반 직원이 회사에 피해를 끼쳤다면 어떤 처분을 받을지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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