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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가상화폐 인터뷰] "이미 버블 붕괴...지금은 완만한 하강국면"

  • 정재형 디지털편집국 국제부장
  • 입력 : 2018.04.16 10:45 | 수정 : 2018.04.16 10:47

    "블록체인, 폐쇄형이 실용화에 적합"...공개형 블록체인은 ‘일종의 로망’
    ‘가상자산(virtual asset)’ 또는 ‘암호자산(crypto asset)’이라고 불러야
    10년 후에는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가능성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digital asset, 가상화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급등세를 타면서 전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다가 12월에 정점을 찍고 올해 들어서는 가격이 정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디지털자산들이 급등세를 타기 직전인 지난해 10월말, 일본에서는 비트코인은 이미 끝났다고 선언하는 듯한 제목의 ‘애프터 비트코인(After Bitcoin)’이 출간됐다. 디지털자산에 대한 열풍이 뜨겁고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에 관한 책이 잇따라 출판되고 있던 때다.

    ‘애프터 비트코인'의 저자인 나카지마 마사시는 “비트코인에 관해 ‘화폐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라는 식의 번지르르한 겉모습만 홍보되고 있는 데 우려를 느꼈다"며 ‘비트코인의 그림자(어두운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에 대한 시각은 경제∙금융쪽과 IT(정보기술)쪽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비트코인 등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저자는 역시 경제학 박사이자 일본은행(BOJ) 출신이다. 일본은행 조사통계국, 금융연구소, 국제국, 금융기구국, 국제결제은행(BIS) 등을 거쳐 현재 레이타쿠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카지마 교수는 책에서 “지금은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만 각광받고 있지만 앞으로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블록체인이라고 생각한다"며 “비트코인 열풍이 사라지면 그 다음은 블록체인의 트렌드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디지털자산은 기존 금융의 주류에서 약간 동떨어진 주변부(금융사가 돈대지 않은 분야)만의 혁신인 데 반해 블록체인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주류 금융사가 다뤄왔던 ‘금융의 주류'를 크게 변화시키는 혁신을 일으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카시마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디지털자산의 버블은 이미 한차례 붕괴했고 지금은 붕괴 이후 완만한 하강국면"이라고 분석했다.

    또 비트코인 등과 같은 공개형 블록체인은 IT 기술자들의 ‘로망'이며, 프로그램이 관리할 뿐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시스템은 본격적인 거래에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실용화에는 폐쇄형 블록체인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수많은 블록체인 실증실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이 참가자를 일정 범위로 제한하는 폐쇄형”이라고 설명했다.

    ‘애프터 비트코인'의 저자 나카지마 마사시
    ‘애프터 비트코인'의 저자 나카지마 마사시
    -책에서 디지털자산이 화폐로 자리잡을 수 없다고 했다. 몇 가지로 이유를 말해달라.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가 ‘화폐의 3대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화폐의 3대 기능은 ①일반적 교환 수단 ②가치의 척도 ③가치의 저장 수단이다. 이 중에서 ①과 ②는 ‘상품을 사고파는 기능’인데, 현재 비트코인을 이러한 교환 수단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매우 한정적이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에 일정한 상한이 정해져 있고, 그 상한에 다가갈수록 공급량이 서서히 줄어들도록 돼 있다.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공급이 줄어들면, 필연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만이 비트코인을 구입하고 있는 것이 현 실태다. 아무래도 가격이 상승한다면 그것을 사용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내일 가격이 오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아무도 그것을 오늘의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 법’이다.

    또한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락하는 것도 ‘상품을 사고파는 기능’을 방해한다. 하루에 10~20%나 가격이 변동한다면 교환 수단으로 사용하기에는 적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급격한 가격 변동은 매도자에게나 매수자에게나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렇다면 디지털자산(가상화폐)이 뭐라고 보나.

    “비트코인은 ‘교환 수단’으로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투기용 자산’이 돼버렸다. 그 성격이 ‘화폐’에서 ‘자산’으로 변질돼서 최근에는 ‘가상화폐(virtual currency)’가 아니라 ‘가상자산(virtual asset)’이라고 불러야 할 지경이다. 얼마 전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도 ‘가상화폐’아니라 ‘암호자산(crypto asset)’이라고 불렀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는 계속 활용될 수 있나.

    “③‘가치의 저장 수단’에 관해 봤을 때도, 가상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장래에 가치를 보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또, 은행권이나 국채처럼 발행 주체가 가치 유지를 뒷받침해주는 자산도 아니고, 그와 비슷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보유한다고 해서 이자나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상화폐에는 ‘본원적 가치’가 없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디지털자산(가상화폐)을 화폐로 볼 수 없다면, 뭘로 봐야 하나.

    “앞에서 말했듯이 현재는 투자(혹은 투기)를 위한 자산이 돼버렸다. 따라서 ‘가상자산(virtual asset)’ 또는 ‘암호자산(crypto asset)’이라고 부르는 게 적당해 보인다.”

    -디지털자산 시장이 버블이라고 보는 건가. 그 버블이 붕괴할 것이라고 보는가.

    “2017년 12월까지의 버블은 2017년 말에 한차례 파열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버블 붕괴 후의 완만한 하강 국면에 있다고 생각한다.”

    -버블이 붕괴한다면 언제쯤이 될까.

    “이미 붕괴하지 않았을까요?”

    -디지털자산이 살아남더라도 주류 금융이 아닌 보조적 수단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가.

    “위에서 설명한 이유로, 가상화폐의 ‘화폐로서의 기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엔화나 달러화 등의 법정통화를 위협할 만한 존재는 될 수 없어 보인다.”

    -JP모건은 2017년 12월에 보고서를 통해 “가상화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탈중앙화, P2P(개인간 거래) 네트워크 그리고 익명성을 추구하는 유저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가상화폐는 다양한 형태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밝혔는데. 다이먼 회장도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중립적 또는 긍정적으로 바꿨다.

    “서구의 금융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 관해 ‘금융 거래의 도구로 사용할 수 없다’는 신중한 견해가 주류다. 미국 은행들의 보고서에서도 대부분 ‘비트코인에서 가치를 찾아내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가상화폐 인터뷰] "이미 버블 붕괴...지금은 완만한 하강국면"
    -블록체인을 크게 폐쇄형 블롤체인과 개방형 블록체인으로 나눌 수 있다. 디지털자산은 개방형 블록체인인데 IT(정보기술) 전문가들은 개방형 블록체인을 통한 가상화폐 생태계를 밝게 전망한다. 주식이나 크라우드펀딩을 통하지 않고 디지털자산 ICO(코인 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창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견해는?

    “IT 기술자 가운데 일부는 공개형 블록체인에 대해 ‘일종의 로망’을 품고 있는 듯하다. 이는 프로그램이 모든 것을 관리하고 중앙의 관리자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관리할 뿐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시스템은 본격적인 거래에 사용할 수 없다. 예기치 못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에 관리자가 책임을 지고 해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ICO에 관해 말하자면, 토큰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는데도 당초에 예정했던 상품을 실제로 완성한 곳이 매우 적다. 또, 자금 조달 직후에 웹사이트를 폐쇄하고 행방불명이 되는 등 사기적인 수법도 많다. 비상장이어서 자사의 주식을 투자가에게 좀처럼 팔지 못하던 스타트업 기업이 ‘토큰’이라는 명칭으로 손쉽게 가상화폐를 발행하기만 하면 대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정상적인 상황이 아다. 일종의 ‘ICO 버블’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개방형 블록체인은 디지털자산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게 IT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책에서는 폐쇄형 블록체인만 언급한 것 같은데.

    “폐쇄형이 실용화에 적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미 수많은 블록체인 실증실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이 참가자를 일정 범위로 제한하는 폐쇄형이다.

    공개형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악의적인 참가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거래 승인이 엄격히 이뤄져야 하며, 비트코인에서는 거래 승인을 위해 PoW(작업 증명)이라는 방식을 활용한다. PoW는 막대한 전력을 소요하는 계산 작업이 필요하며, 거래를 승인하기까지 10분이나 걸린다. 즉, 공개형을 도입하면 희생해야 할 것이 많아진다.”

    -일본은 디지털자산을 가장 먼저 제도권으로 받아들였다. 디지털자산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어떤가.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다고 들었다. 투자자보호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도권으로 받아들였다고 하던데.

    “일본에서는 2013년에 마운트곡스 사건이 발생했다. 무책임한 업자가 무책임하게 거래하다가 터뜨린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부적절한 업자가 부적절하게 거래하거나 많은 투자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업자만이 등록업자로서 영업을 할 수 있게 조치했다. 다만 또다시 코인체크 사건이 발생하면서 가상화폐 거래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더욱 엄격하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자산 규제를 어떻게, 어느 정도로 해야 하나.

    “가상화폐 거래는 인터넷상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 자체를 규제하기는 어렵다. 또한 채굴도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규제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가상화폐 시스템 가운데 유일하게 중앙집권적인 구조를 띠는 곳이 가상화폐 거래소(가상화폐 거래 사업자)다. 감독청이 규제할 수 있는 부분은 이곳뿐이다. 앞으로 가상화폐 거래 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의 방향으로는 ①안전 대책 기준의 책정 ②익명성 높은 화폐의 거래 금지 ③레버리지 활용 거래의 규제 ④사이비 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 G20 회의에서 디지털자산 규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여러 국가들이 공동으로 적용할 규제를 도출할 수 있을까.

    “가상화폐는 국경을 넘어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국가만 규제해서는 효과가 한정적이다. 따라서 국제적인 협력 체제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가상화폐가 범죄나 돈세탁 등에 활용될 조짐이 보이면, 각국 당국은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으며 필연적으로 엄격한 규제를 도입하려고 할 것이다.”

    -비트코인은 화폐 기능을 목적으로 하지만 이더리움, 리플 등은 여러 프로젝트가 있다. 결국 프로젝트를 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중앙이 필요 없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지만 결국 중앙이 없이는 일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중앙이 있는 형태의 디지털자산 프로젝트는 계속 살아남지 않을까.

    “이더리움은 스마트 계약을 실행하기 위한 분산형 플랫폼이며, 중앙의 관리 주체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리플(XRP)은 리플사가 전체 시스템을 관리하므로 다른 가상화폐에 비하면 안정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블록체인이 송금이나 증권결제 등에 활용된다면 증권거래소는 없어질까.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중앙은 필요한 것 같은데.

    “증권거래소에서는 ‘나노초’를 다투는 초고속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현행 블록체인은 1초 동안에 그렇게까지 많은 거래를 수행할 능력이 없으므로 현재의 증권거래소 기능을 당장에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현재 전 세계의 수많은 증권거래소에서 블록체인에 의한 증권 발행, 거래, 청산, 결제 등의 실증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수많은 증권거래소가 블록체인 기술에서 커다란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는 증거다. 일본에서도 일본거래소그룹(JPX)이 30개 이상의 증권회사와 함께 적극적으로 실증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화폐의 시뇨리지 효과는 정부 또는 중앙은행이 가지게 되는데, 디지털자산은 시뇨리지 효과를 창립자나 개발자, 또는 초기 채굴업자들이 누리기 때문에 불공평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가상화폐는 그 누구의 부채도 아닌 형태로 발행되므로 ‘시뇨리지’라는 개념이 꼭 들어맞지 않다. 초기 채굴자가 많은 것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해서는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일본에는 걸그룹 등 아이돌을 내세운 가상화폐도 있다고 들었다. 가상화폐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관심이나 실제 생활에서 활용도 등은 어느 정도인가.

    “코인체크 사건도 벌어져서 가상화폐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졌다. 다만 가격 변동성이 높은 투기적 시장이라는 점 때문에 실제로 시장에 참가하는 사람은 일부에 한정돼 있습니다. 일본의 투자자 규모는 100만~150만명 정도라고 하며, 일본 인구의 약 1%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언제쯤 디지털통화를 만들까.

    “5년 안에는 어렵겠지만, 10년 후에는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중앙은행 세계에서는 어딘가 한 군데 중앙은행이 돌파구를 열면 다른 중앙은행들이 그것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금융정책 면에서도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의 정책 수단은 일부 중앙은행이 먼저 도입했다가 일본과 서구의 중앙은행으로 점점 파급된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딘가 한 군데 중앙은행에서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고 그것이 일정한 성과를 올린다면, 다른 중앙은행에서도 그것을 추종해서 속속 디지털화폐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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