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오피스가 서울 대형 오피스 공실을 줄이는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공유오피스 업체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강남권에 진출하면서 이 지역 빌딩 공실을 크게 줄였는데, 이제는 도심 강북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도심권역 프라임 오피스 공실률은 전분기보다 1%포인트 하락한 10.9%로 집계됐다. 이 지역 공실률은 2016년 1분기 15%를 넘어서며 정점을 찍은 이후 조금씩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유오피스 업체들이 도심권에도 속속 진출하며 도심 오피스 공실률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 교보문고 빌딩과 디타워, 르메이에르종로타운, 그랑서울 등 대형 오피스 빌딩이 들어서 있다.

실제로 ‘위워크’는 2017년 2월 서울 명동 인근에 있는 대신파이낸스센터 10개 층을 임차해 아시아 최대 면적의 을지로점을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하반기 강북 지역 진출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올해 3월엔 종로구 중학동 더케이트윈타워 3개 층에서 광화문점 문을 열었고, 다음달부터는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서 서울역점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9월부터는 도심 랜드마크 빌딩 중 하나인 공평동 종로타워의 8개 층을 빌려 종각역점도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 오피스 분기별 공실률.

후발주자로 지난해 9월 한국에 처음 진출한 네덜란드계 공유오피스 브랜드 ‘스페이시즈’는 1호점을 도심권에 냈다. 청진동 그랑서울빌딩 7층 한 개 층을 빌려 300여석의 사무 공간을 만들었다. ‘패스트파이브’는 도심권은 아니지만 홍대입구 인근 케이스퀘어에 11호점을 내며 그간 주력했던 강남권이 아닌 강북으로도 영토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공유오피스 업체들은 그간 강남권을 중심으로 영업점을 운영했다. 패스트파이브가 운영 중인 지점 12곳 중 11개가 강남권에 있고, 위워크도 강남역점에 1호점을 낸 이후 현재까지 5곳(예정 포함)을 강남에서 운영하고 있다. 공유오피스 국내 1호인 ‘르호봇’이나 ‘TEC’ 등도 강남에 여러 지점을 두고 있다.

메이트플러스어드바이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강남권에 있는 공유오피스 지점은 총 53개로, 도심권역(14개), 여의도권역(13개점)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덕에 한때 10%를 넘어섰던 강남권역 오피스 공실률은 올해 1분기 기준 5.1%까지 떨어졌다.

공유오피스 기업들이 최근 강북으로 보폭을 넓히는 이유는 주 수요층으로 꼽히는 스타트업 등 벤처기업뿐 아니라 도심에 거점을 둔 전통 대기업들도 공유오피스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유오피스는 대부분 대형 빌딩에서 몇 개 층을 임차해 지점을 내는데, 최근 강남권역 대형 빌딩의 공실이 크게 줄어든 만큼 상대적으로 공실률이 높은 강북 지역에서 새로 지점을 내기가 더 수월한 측면도 있다. LG 등 대기업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 여의도권역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공실률이 20.6%로 서울 평균(11%)을 두 배 가까이 웃돌 정도다. 공실률이 높은 빌딩을 임차할 경우 임대료를 덜 내고 건물을 임차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공유오피스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고,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지점을 확장하고 있어 오피스 공실 감소 추세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명한 메이트플러스 어드바이저 리서치파트장은 “공유오피스가 입주해 공실이 해소된 빌딩은 매매 계약도 쉽게 성사된다”며 “공유오피스가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