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황 · 분양

'로또 아파트'가 몰고온 청약열기, 세종시 부동산 일으켜 세울까?

  • 세종=이재원 기자

  • 입력 : 2018.04.13 06:20

    지난 10일 세종특별자치시 대평동에 위치한 한 견본주택. 평일이었지만 평형 별로 꾸며진 유니트 내부는 이곳저곳 꼼꼼히 둘러보는 고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말 내내 모델하우스 입구에 긴 줄이 서 있더라”는 택시기사의 말처럼, 분양업체 직원에게 물어보니 지난 주말 이곳을 찾은 방문객은 3만5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대전에서 온 가정주부 홍모씨는 “주거 환경이 대전보다 낫고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오게 됐다”면서 “주변에 이미 세종시로 이사한 이웃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세종시 세종 마스터힐스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단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세종=이재원 기자
    지난 10일 세종시 세종 마스터힐스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단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세종=이재원 기자
    세종시에 청약 인파가 몰리면서 잠잠해진 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변화가 생길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진행된 세종 마스터힐스 이전기관·기관추천 특별공급 청약에는 1550가구 모집에 4431명이 청약해 2.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건설과 태영건설, 한림건설이 시공하는 세종 마스터힐스는 3100가구짜리 대형 단지다.

    세종시 기존 주택 시장은 지난해 정부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8·2 대책)’을 내놓은 이후부터 주춤한 상태다. 한국감정원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8·2대책 직전 8개월 동안 세종시 아파트값 상승률(4.50%)은 서울(4.18%)을 앞질렀다.

    하지만 세종시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8·2 대책 이후 8개월 동안은 서울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 기간 서울의 아파트 값은 4.0% 상승했지만, 세종시는 0.5%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런 세종시에서 유독 청약 열기가 뜨거운 이유는 분양에 당첨될 경우 곧바로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세종 마스터힐스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3억원대 초중반이다. 인근 도램마을 15단지 힐스테이트의 비슷한 면적의 매물이 올해 1분기에 최고 5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보면 최대 2억원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또 내년이면 각각 서울과 과천에 있는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종시로 이전할 예정이라 주택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도 호재로 꼽힌다.

    청약 열풍이 예고되긴 했지만 세종시 부동산 업계는 아직 시장에 온기가 돈다고 느끼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존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담동 B 공인 관계자는 “8·2 대책이 발표된 이후 투자 목적의 거래는 자취를 감췄고, 실수요자 위주의 거래만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면서 “간선급행버스(BRT) 노선에 인접하지 않은 곳은 집값이 내려간 경우도 제법 있다”고 말했다. C공인 관계자는 “여전히 대전과 청주 등지에서 넘어오는 실수요자가 많지만, 공급 물량도 많아 당분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면서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라고 권할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단기적으로 세종시 부동산 값이 오르기 어렵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세종시 부동산은 충남이나 경북 등 얼어붙은 다른 지방과 달리 보합세는 유지하고 있지만, 공급이 많은 상황이라 단기간에 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길게 보면 서울-세종 고속도로 등 교통망이 확충되고 행정 기능이 강화돼 지금보다 더 성장할 도시”라고 덧붙였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장기적인 도시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채 연구원은 “세종시를 만든 이유가 수도권 과밀 분산에 있다”면서 “정부가 이와 관련된 정책을 많이 낼 가능성이 큰 만큼 도시 기능이 계속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종시는 인구 50만명을 기준으로 계획된 도시인데 아직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면서 “추가 공급 물량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을 고려하면 미래 상승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