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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별 찾던 기술로 멸종 위기 코끼리 살린다

  • 최인준 기자

  • 입력 : 2018.04.12 03:09

    드론과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들이 자연을 구하는 데 뛰어들었다. 드론이 야생의 생태계를 촬영하면, 인공지능이 영상을 분석해 야생동물들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식이다. 지구에서 사라지는 동물이 해마다 늘어나자 IT(정보기술) 전문가들과 생태학자들이 힘을 합쳐 멸종 위기 동물의 추적에 나선 것이다. 사람 손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동물 감시 작업이 첨단 기술의 힘을 빌리며 새로운 성과를 잇따라 내고 있다.

    ◇별 찾던 기술로 야생동물 추적

    영국 리버풀 존 무어대의 영장류학자인 서지 위츠 박사와 천체물리학자 스티브 롱모어 박사는 지난 4일 국제학술지 '유럽 천문학·우주 주간'에 "천문학 연구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야생동물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드론을 띄워 내장 열적외선 카메라로 동물들을 촬영했다. 수집한 온도 데이터는 천체 분석 프로그램인 '아스트로피'에 입력했다. 동물마다 몸에서 온도가 높고 낮은 곳들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아스트로피 소프트웨어는 이를 근거로 동물별 위치와 이동 경로를 파악했다. 천문학에서는 영상에 나타난 천체들의 밝기를 기준으로 별이나 은하의 위치와 나이를 알아낸다. 연구 대상이 우주에서 지상으로, 별에서 동물로 바뀐 셈이다.

    멸종 위기 동물 보호에 동원되는 첨단 기술들
    그래픽=이철원
    연구진은 동물이 병에 걸리면 체온이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열적외선 영상으로 동물의 건강 상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이 나무나 바위에 일부가 가려진 경우에도 온도 차이로 어떤 동물인지 가려낼 만큼 정확도가 높았다. 연구진은 지난해 9월 남아프리카에서 드론을 이용해 멸종 위기종인 강토끼 1000마리를 찾아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만간 말레이시아의 오랑우탄과 멕시코 거미원숭이, 브라질 강돌고래 연구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AI로 대양 사진 분석해 바다소 찾아

    생태학자들은 멸종 위기 동물의 개체 수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오지(奧地)로 가야 했다. 현장에 가서 눈으로 수를 세거나, 분변·사체 등 동물들이 남긴 흔적을 토대로 개체 수를 추정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정확성이 떨어지고 비용과 시간도 많이 든다. 시시각각 움직이는 동물의 이주 형태도 제때 파악하기 어렵다. IT는 이런 사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호주 머독대 아만다 호드손 교수 연구팀은 최근 인공지능을 이용해 대양에서 바다소(seacow)를 찾는 데 성공했다. 바다소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대표적 멸종 위기종으로 워낙 움직임이 빨라 추적이 어려웠다. 과학자들은 소형 비행기를 타고 며칠씩 바다 위를 날면서 바다소 무리를 찾아야 했다.

    연구진은 대신 드론을 바다로 보냈다. 드론이 찍은 바다 사진은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텐서플로'에 입력했다. 텐서플로는 기계 학습을 통해 특정 동물이나 장소의 패턴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진을 자동 분류하거나 검색해준다. 연구진은 텐서플로로 바다 사진 4만5000장을 분석해 바다소를 80%의 정확도로 찾는 데 성공했다. 호드손 교수는 "다른 해양 동물의 개체 수를 파악하는 인공지능 기술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망 이용하는 위치 추적기

    전자 기기끼리 데이터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 기술도 멸종 위기 동물 연구에 쓰이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해 12월 사물인터넷 기술이 들어간 무게 17g의 초경량 야생동물 위치추적기를 개발했다. 크기가 가로 49㎜·세로 37㎜로 매우 작고 기존 추적기보다 무게를 30% 이상 줄여 체구가 작은 거북이나 새에도 부착할 수 있다.

    기존 위치추적기는 인공위성과 신호를 주고받아 장비 이용료만 1000만원이 넘게 들었다. 또 위성과 연결이 끊길 경우 무용지물이 돼 연구 효율도 떨어졌다. 이번 초소형 위치추적기는 이동통신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위치 신호를 수신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장비 운용 비용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9월 충남 태안반도 일대에서 괭이갈매기 두 마리에게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알아냈다. 추적기는 방수 기능도 갖추고 있어 양서류·파충류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가정에서 냉장고와 TV, 스피커를 이어주던 기술이 이제 육지와 강을 하나로 연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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