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생산직 年6개월 무급휴직… 법정관리 피했다

조선일보
  • 정한국 기자
    입력 2018.04.11 03:07

    産銀과 정부 '노사 합의안' 수용… 임금 삭감, 복지혜택도 줄이기로
    산은, 마감시간 이후 수차례 연장… 노조 요구에 밀려 원칙 흔들려

    자금난에 빠진 STX조선해양의 사측과 노동조합이 10일 오후 인건비 등 고정 비용 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구조조정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정부와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날 밤 내부 검토를 거쳐 이 합의안을 받아들이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했다. 이르면 11일 산업은행이 수용 입장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STX조선은 법정관리 졸업 9개월 만에 또다시 법정관리로 가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전체 생산직 근로자가 향후 5년간 매년 6개월씩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과정이 남아 있지만, 조선업계에서는 STX조선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설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STX조선 노사가 마련한 경영 정상화 방안은 생산직 근로자 전원이 향후 5년간 매년 6개월씩 무급 휴직을 하는 것과 임금 삭감, 복지 혜택 축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정부와 산업은행은 STX조선이 정상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로 생산직 근로자의 75%(약 500명)를 감원해야 한다고 했다. 400명은 STX조선의 하도급 업체에 취업시키고 100명은 희망 퇴직시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STX조선 노사는 9~10일 협상 끝에 희망퇴직과 아웃소싱 등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대신 무급 휴직기간을 늘리는 것을 역제안했다. 여기에다 복지 혜택 축소 등을 더하면 정부와 채권단이 제시한 인건비 감축안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무급 휴직 대상은 현재 희망퇴직 또는 하도급업체로의 이직을 결정한 140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는 하도급업체로 가거나 희망퇴직하는 것보다, 앞으로 회사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5년 안팎의 무급 휴직과 임금 삭감 등을 감수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STX조선 노사 합의안에 대해 정부와 산업은행은 회계법인 등을 통해 실제 경영 정상화 취지에 맞게 비용 절감을 하는 효과를 낼지, 직원들이 번갈아 장기간 무급 휴직하는 것이 실현 가능한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그 결과 합의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막판까지 타협을 않던 노조가 입장을 바꿔 기득권을 포기하는 대신 일종의 '일자리 나누기' 형태의 제안을 했고, 정부와 채권단이 재무적인 측면까지 검토했을 때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향후 다른 구조조정 사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말도 나온다.

    협상 과정에서 채권단이 막판까지 노조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산업은행은 지난 9일 협상 시한을 당초 오후 5시에서 자정까지 늦춰줬다. 10일엔 "시한을 넘긴 만큼 법정관리 신청을 할 준비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오후 6시까지 협상 시간을 사실상 한 차례 더 연장해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채권단 관계자는 "10일 오전부터 채권단이 노사와 직·간접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등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법정관리는 가까스로 피하게 됐지만 STX조선 앞날에는 여전히 난관이 많다. 당장 노사 추가 협의를 통해 무급 휴직을 시작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또한 아직 조선업 업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중국 등 경쟁국 조선사와의 경쟁도 심해 생존을 위해 치열한 수주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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