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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조위원장 "상명하복 수직적 불통 문화가 공정성 논란 자초"

  • 김범수 기자

  • 입력 : 2018.04.08 06:00

    한국 정보기술(IT) 업체에 노동조합이 최초로 설립됐다. 반도체 공장 노동자 문제가 있던 삼성그룹도, 개발자 노동환경 문제가 심했던 넷마블도 아닌 1등 포털 네이버에서 만들어졌다. 네이버 노조는 상명하복 식의 수직적이고 소통하지 않는 조직 문화가 플랫폼으로서 네이버의 공정성을 의심받도록 한 원인이 됐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 네이버 본사에서 만난 오세윤 네이버 노조위원장(스포츠·게임 플랫폼 개발자)은 “IT 회사는 활발히 소통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어야 하는데 과거와 달리 네이버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수직적인 조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위원장(스포츠·게임 플랫폼 개발자)이 6일 네이버 본사에서 노조 설립 목적과 과정,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 중이다. /김범수 기자
    오세윤 네이버 노조위원장(스포츠·게임 플랫폼 개발자)이 6일 네이버 본사에서 노조 설립 목적과 과정,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 중이다. /김범수 기자
    네이버 경영진이 조직 개편과 같은 중요 결정에 대한 직원과의 소통 과정을 무시하고, 대규모 조직 변화 후에도 이에 대한 설명 조차 없는 ‘불통(不通)’ 경영 탓에 그간 조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쌓여왔다. 보통의 노조가 임금 문제 해결을 외치는 데 반해 네이버 노조는 ‘신뢰 받는 건강한 네이버’와 ‘투명한 의사 결정과 수평적 조직 문화’를 내세우는 이유다.

    창사 19년만에 설립된 네이버 노조는 네이버 본사 직원은 물론 계열사 전체 직원을 조합 가입 대상으로 한다. 6일 기준으로 약 1000명이 가입했다. 본사와 계열사를 모두 합쳐 약 8000명의 직원 중 8분의 1이 가입한 셈이다. 오 위원장은 “본사도 문제지만 계열사에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이 있는데 노조에 적극 가입해 환경을 개선하는데 함께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신뢰도와 소통하는 조직문화를 우선으로 하지만 근로 조건 개선에도 나선다. 오세윤 위원장은 “24시간 운영하는 포털 서비스 회사인만큼 주말근무나 업무 외 시간 지시 등에 대해 조직원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며 “하지만 추가 근로에 대한 수당이 올바르게 지급돼야 하는데 교통비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어 회사와 논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 설립 논의는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라인드’를 통해 시작됐다. 블라인드를 통해 필요성을 외친 직원들이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고 법률 검토를 진행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카카오 오픈 채팅방으로 사전에 소통하고 구글 설문지를 통해 가입신청을 받았다. 오세윤 위원장은 “많이 쓰이는 플랫폼을 활용한 것일뿐 본사 감시를 피한다거나 하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는 등기이사와 비등기이사 이상 임원을 제외한 전체 직원을 노조 가입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사 직급 이상 임원은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윤 위원장은 “인사, 홍보 관련 부서라고 해서 가입을 막거나 하진 않는다”며 “회사측으로 보이는 부서라도 고충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선언문을 공개하며 가입 신청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개 채널로 받았다. 기술 기업 노조답게 온라인을 활용했는데 과거 노조가 가지고 있는 회사와 적대하는 이미지, 임금 인상을 위한 거친 노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함이다.

    오세윤 위원장은 “소통하지 않는 조직 문화와 이로 인해 촉발된다고 여겨지는 플랫폼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노조러서 회사와 상생하려고 한다”며 “무조건 적인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대립하기보다는 공정한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소통하는 조직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IT 업계는 높은 보상을 이유로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출시와 업데이트 일정에 맞추는 강도 높은 근무 환경을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높은 보상을 이유로 근로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가 잘 안이뤄졌던 만큼 IT분야 산별노조가 없을 정도다. 네이버 노조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화학·섬유·식품 노조 지회가 된 이유다.

    오세윤 위원장은 “과도한 노동 시간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막는다”며 “네이버 노조를 시작으로 IT 업계 노조가 만들어지고 연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IT 업계 경영자와 경영진들이 근로환경을 개선해줘야 함을 명심하는 것은 물론 노조를 보장해주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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