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올해 첫 분기부터 유럽·일본·북미 등 해외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를 거점으로 AI(인공지능)와 콘텐츠 분야의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에 모험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일본에서는 금융 분야, 북미에서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외부 기업 인수와 지분 확보에 총 6603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쏟아 부을 전망이다.
네이버의 해외 투자는 최근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이해진〈사진〉 창업자 겸 GIO(글로벌 투자책임자)가 주도하고 있다. 네이버 고위 관계자는 "(이해진 창업자가) 구글 등 해외 거대 인터넷 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래 기술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진 "유럽은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
이해진 창업자는 작년부터 주변에 "유럽은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라는 말을 자주 했다. 프랑스 등 유럽은 구글·페이스북 등 미국 인터넷 기업에 대한 반감(反感)이 강해 네이버가 미국 기업들과 충분히 대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네이버의 프랑스 투자 목록은 동영상 콘텐츠, AI, 가상 화폐 등으로 요약된다. 네이버는 올 1월 프랑스 프로게임팀 '팀 바이탈리티'에 복수의 투자 회사들과 함께 총 250만유로(약 32억7600만원)를 투자했다. 한석주 네이버 프랑스 대표는 프로게임 투자와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은 외국 게이머들에게 성지이지만, 정작 유튜브 같은 해외 업체가 (게임을 중계하면서) 경제적으로 가장 큰 이익을 가져가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날로 커지는 게임 중계 시장까지 잠식해가며 덩치를 키우고 있는 해외 동영상 업체들과 경쟁을 벌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네이버가 지난해 설립한 프랑스 파리의 스타트업 입주 공간 스페이스 그린은 4월 현재 입주 기업 12곳 중 5곳을 동영상 관련 스타트업으로 채웠다. 네이버는 올 1월 USB(이동식 저장장치) 형태의 휴대용 가상 화폐 저장장치를 만드는 스타트업 '렛저'에도 50억원을 내놓았다.
네이버는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유럽 최대 AI연구소인 프랑스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현 네이버랩스유럽)을 인수했고, 그해 10월에는 유럽의 투자 파트너인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설립한 투자회사 코렐리아 캐피털에 1억유로(약 1300억원)를 추가로 출자했다.
◇일본에서는 금융에 집중
일본 시장에서는 모바일 메신저 자(子)회사 라인을 통해 핀테크와 블록체인(blockchain·분산저장거래시스템)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달 말 라인은 노무라홀딩스와 라인 증권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라인 관계자는 "라인 앱에서 주식 거래, 펀드 판매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인은 앞서 1월에 50억엔(약 540억원)을 출자해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하고 가상 화폐 거래소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해진 창업자는 최근 네이버 개인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현금 1500억원 중 절반인 700억원을 자신의 개인 투자운영사 지음을 통해 일본 투자 자(子)회사 베포(Beppo)에 출자했다. 베포가 식음료 관련 신사업 투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지역에서는 문화 콘텐츠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이해진 창업자도 2016년 "북미는 모바일 메신저로는 진출이 어려운 시장이다. 기술과 서비스에 투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네이버는 1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네이버 웹툰에 600억원을 출자하고, 미국 현지에 설립한 실시간 동영상 재생 서비스 자회사인 웨이브미디어에도 535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이와 별도로 네이버는 지난달 27일 미래에셋과 1000억원씩을 투자해 신규 펀드를 조성,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스타트업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를 통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구글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급변하는 인터넷 산업 환경 속에서 스타트업, 콘텐츠 관련 투자와 비즈니스 제휴를 적극 진행해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