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 원달러 환율 1054.2원 또 하락..."6개월내 1000원대초반" 전망도

조선비즈
  • 연선옥 기자
    입력 2018.04.03 16:14 | 수정 2018.04.03 18:35


    미압박에 속수무책.. 환율 3년6개월새 연일 최저

    미국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해 강도 높은 환율 압박에 나서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6개월내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촉발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미국과 일본간 엔화 절상 합의인 ‘플라자 합의’와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의 ‘환율 조작 금지’를 강하게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플라자 합의’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원화 가치 상승 압력도 높아졌다”며 “특히 이달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원화 절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3일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대비 원화 강세는 이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4원 내린 105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10월 29일(1047.3원) 이후 3년 6개월 최저치다. 미 정부의 환율 압박이 본격화한 지난 일주일 동안(3월 27일~4월 3일) 원·달러 환율은 26.9원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3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3일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연합뉴스

    움츠린 외환 당국...거세지는 미국의 환율 압박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한미 FTA 협상과 환율 논의는 패키지”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우리 정부에 외환시장 개입 정보를 공개하라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지난달 30일 “환율 관련 사항을 한미 FTA 부가합의(sub-agreement)에 넣었다”고 말했다. “한미 FTA 협상과 환율 논의는 별개”라는 한국 정부의 해명과는 온도 차가 크다.

    미 행정부의 압박에 외환 당국의 행보는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일 취임식을 마친 뒤 “환율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환율 얘기는 조심스럽다.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을 가급적 지켜왔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2.5원 내린 1061.0원에 시작해 장 초반 1050원대로 떨어진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절제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총재는 지난 1월 원·달러 환율이 1050~1060원대로 급락했을 당시 “환율 급락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시장 자율에 맡기되 과도한 쏠림이 있을 때 정부나 한은이 이를 조정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시장 움직임을 살피겠다”고 했었다. 급격한 원화 강세에 적극적인 구두개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 이 총재의 발언은 조심스러웠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 정부의 환율 압박이 외환 당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국 정부가 수출을 늘리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인위적인 원화 절하를 조장하고 있다고 미 정부가 의심하는 상황에서 구두개입이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원화 절상 요인이 큰 여건에서 미 정부의 요구대로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면 환율 하락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협상 상황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언론 보도 등을 살펴보면 미 행정부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보기 위해 환율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대내외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 상황에서 환율 협의에 대한 우려까지 이어진다면 당분간 원화 강세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원·달러 환율, 6개월내 1020원까지 하락” 전망도

    전문가들은 미국의 환율 압박 뿐 아니라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글로벌 달러 약세,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대북 리스크 완화 등도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는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약달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달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면서 원화 자산에 대한 선호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달 원·달러 환율이 104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요인과 달러 수급 상황을 감안하면 4월 원·달러 환율이 1040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경기 안정과 위험자산 선호 등으로 달러 약세가 심화되면 6개월 내 원·달러 환율이 1020원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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