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헬스케어 업계에도 ‘블록체인’ 기술 활용과 ‘암호화폐(가상화폐)’ 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블록체인(Blockchain)’은 온라인 거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거래 데이터를 나눠 보관하는 ‘분산 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이다. 디지털 원본 데이터를 여러 PC에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해킹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핵심 수단이며, 최근에는 다양한 산업에 빠르게 확산 중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주목하는 국내외 헬스케어 분야 기업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 마이지놈박스는 지난 3월 29일 암호화폐 공개(ICO)를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또 과학고 출신 의사들이 작년 4월 설립한 국내 스타트업 메디블록도 암호화폐 ‘메디토큰’을 개발해 작년 11월 암호화폐공개(ICO)에 나선 바 있다. 이런 분위기는 해외에서 더욱 활발하다. 영국에서 탄생한 앱 스웨트코인(Sweatcoin), 미국 스타트업 네불라 지노믹스(Nebula Genomics) 등이 그 예다.

민감한 개인 정보의 공유와 활용, 참여(이용)도가 낮은 문제 등 헬스케어 업계의 한계를 뛰어넘을 열쇠로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가 떠오르고 있다.

◇ 땀 흘린 만큼 ‘코인’으로 보상

"당신이 흘린 땀 만큼 코인으로 보상해줍니다."

2016년 말 공식 출시된 영국 스타트업 스웨트코인(Sweatcoin)이 개발한 앱은 스마트폰 위치기반서비스(GPS)를 활용해 이용자가 운동 등 야외활동을 많이 한 만큼 자체 암호화폐인 스웨트코인을 제공한다.

스웨트코인 홈페이지 제공

운동 등 활동으로 땀을 많이 흘린 만큼 돈이 쌓이는 것이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암호화폐인 코인으로 운동화, 요가복을 구매할 수 있고, 피트니스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등 실물 거래를 할 수 있다. 스웨트코인은 현재 1000만명의 미국, 영국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앱스토어 건강·피트니스 카테고리에서 다운로드 1위에 오래 머무는 등 초기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올레그 포멘코(Oleg Fomenko) 스웨트코인 공동 설립자는 “현대 기술을 사용해 신체활동에 대한 즉각적인 만족감을 줄 수있는 방법을 찾았던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스웨트코인을 파격적인 놀이 앱처럼 묘사하지만, 궁극적인 비전은 ‘통화’(the ultimate vision is the currency)”라고 CNN과의 대화에서 밝혔다.

안톤(Anton Derlyatka) 공동 설립자는 "우리는 시민들이 더 활동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돈을 절약하도록 하는 정부와 보건 의료 시스템을 위한 매우 강력한 도구”라며 “언젠가 사람들이 땀을 흘려 세금을 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블록체인 기반으로 유전자 정보 공유

미국 스타트업 ‘네불라 지노믹스(Nebula Genomics)’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이 유전체 정보를 사고팔 수 있는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유전체 데이터를 공유, 분석하는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이와 함께 암호화폐인 네불라토큰(Nebula tokens)’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네불라 네트워크에서 거래되는 화폐다.

유전체의 한 구역인 ‘엑솜’ 부분을 해독하는 엑솜 시퀀싱(Exome Sequencing) 비용을 300달러 이하(31만원)로, 전장 유전체 분석(Whole Genome Sequencing) 비용을 1000달러(약105만원) 이하로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유전체 분석 데이터 소유권을 개인이 갖도록 하는 사업모델이다.

개인은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연구 목적이 있는 제약사, 연구소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팔거나 기부할 수 있다. 제약사, 연구소 등은 데이터 주인인 개인에게 비용을 지급하게 된다.

네불라지노믹스는 유전체학의 세계적인 석학인 하버드의대 조지 처치 (George Church) 교수가 공동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하버드대 박사과정인 데니스거쉰(Dennis Grishin)과 대학원생 카말 오바드(Kamal Obbad)가 설립을 주도했다.

유전체 연구와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양의 유전체 분석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각각의 데이터가 흩어져있는 데다 비표준화 됐고, 개인정보보호 문제에 막혀 있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이들은 암호화폐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데이터 소유자와 구매자 간의 중간자 격인 유전체 분석업체 없이 소유자가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에 가입해 데이터 구매자와 직접 연결되는 것이다. 데이터의 주인인 개인은 누가 자신의 데이터에 접근하는지 통제할 수 있고 ‘네불라토큰’으로 자신의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제약사 등 구매자는 토큰을 지급해 필요한 유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공동 창업자인 조지 처치 (George Church) 박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연구원이나 제약회사가 계약을 위반하는 것도 알아낼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이는 (개인 유전체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빌려주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암호화폐 공개를 선언한 국내 업체 마이지놈박스의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사업모델도 네불라지노믹스와 매우 유사하다.

이 회사는 고객의 유전자 정보를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빅데이터로 저장해 놓고 이를 활용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을 해온 국내 스타트업이다. 유전자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유전자 특성에 맞는 음식이나 화장품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제공하고, 유전자 빅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유전자를 가진 고객의 발병 가능성을 미리 진단해준다. 이러한 기존 사업모델에서 더 나아가 네불라지노믹스처럼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적용에 나선 것이다.

마이지놈박스의 신규 블록체인 서비스 이름은 마이지놈블록체인(MyGenomeBlockchain)을 줄인 ‘엠지비(MGB)’이며, 가상화폐 이름은 엠지비코인(MGB coin)이다.

박영태 마이지놈박스 대표는 “개인 유전자 데이터의 투명한 주권 보장과 시장 참여 가치 극대화를 위해 ICO를 추진키로 했다”며 “23앤미(23andme)와 같이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은 소비자의 데이터를 제약회사 또는 생명공학 관련 기관에 연구개발 자료용으로 판매했지만, 그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았는데 이런 한계를 넘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백석철 마이지놈박스 박사(CTO)는 “블록체인 기술로 ‘공유 경제’형 유전자 정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블록체인 생태계 안에서 유전자 정보 기반 개인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