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구직자들이 한 번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면 나중에 괜찮은 일자리로 이직하더라도 급여가 27.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직률이 높고, 미취업자가 되는 이들도 더 많았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게 3년 간 연 1000만원 임금을 보조해 취업을 유도한 뒤, 이직이나 숙련 형성으로 급여 상승을 꾀한다는 정부의 청년일자리대책이 의도대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사실이 국책연구원의 연구결과로 증명된 셈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고학력 청년 신규취업자의 하향 취업’ 보고서에서 2009년 대졸·전문대졸 구직자들이 학력 수준보다 눈높이를 낮춰 취업한 뒤 2016년 급여, 근로시간, 이직여부 등에서 어떤 처지인지 조사했다. 그리고 당시 학력에 맞춰 취업한 구직자들과 비교했다. 분석 대상은 한국노동패널 자료에서 2009~2016년까지 기록이 남아있는 279명이었다. 2009년 당시 고학력 청년 신규 취업자의 하향 취업 비중은 13.8%에 달했다. 2016년은 6.4%다.

분석결과 2009년 하향 취업한 취업자가 2016년 현재 적정 수준의 일자리로 이직했을 경우(하향 취업자) 급여는 평균 월 247만9000원으로, 2009년 당시 적당한 일자리에 취업했던 사람(적정 취업자)들이 비슷한 수준의 다닐 때 받는 급여(314만8000원)보다 26.9%가 낮았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803만원이다. 그리고 당시 하향 취업한 이들 가운데 86.8%가 이직 등을 통해 적정 수준의 일자리로 옮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급여 차이가 나는 셈이다.

2016년 당시 적당한 일자리에 다니고 있더라도, 2009년 하향취업했었던 이들의 근로시간(주당 47.5시간)은 적정취업했던 이들(45.8시간)보다 주당 1.7시간 길었다.

계속 학력 요구 수준이 취업자 학력보다 낮은 회사에 다니는 이들의 경우 월 184만원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당시 이들의 월 평균 급여는 126만6000원이었다. 연 평균 급여 상승률은 5.5%에 불과했다. 낮은 급여 수준이 계속 되는 셈이다.

아예 ‘백수’로 노동시장 밖으로 나간 비율도 높았다. 2009년 당시 하향 취업자의 20.3%가 현재 미취업자이거나 구직 중이었다. 당시 적정 취업자 가운데 2016년 미취업인 사람의 비율은 15.3%로 5%포인트 가량 낮았다. 또 적정취업자 234명 가운데 86명, 하향취업자 44명 가운데 9명이 당시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김기홍 노동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급여 뿐만 아니라 취업상태 유지 측면에서도 하향 취업이 불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첫 직장에서 퇴직한 사유도 하향취업자는 달랐다. ‘좀 더 좋은 일자리가 있어서’라고 답한 비율은 적정취업자는 30.6%였는데, 하향취업자는 22.5%에 불과했다. 대신 ‘일자리에 대한 불만족’을 꼽은 사람은 적정취업자는 17.7%에 불과했던 반면, 하향취업자는 30.0%에 달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하향 취업이 명시적이지 않아도 낙인효과(한 번 부정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찍힐 경우 그 영향이 계속되는 것)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향취업이 늘어나지 않는 것은 하향취업시 성과가 좋지 않기 때문임을 간과할 수 없다”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질 좋은 일자리의 ‘1부 시장’과 질이 좋지 않은 ‘2부 시장’으로 나뉘어 이동이 불가능한 것)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