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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금융불안에도 26일 원유선물 거래 강행 이유는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8.03.26 07:40


    트럼프에 금융시장 개방 과시...오일위안화로 위안화 국제화 가속...아시아 프리미엄 줄인다
    25년만에 외국인도 거래할 수 있는 국제판으로 재개장…아시아 원유가격 벤치마크 노려


    상하이선물거래소 산하 국제에너지거래중심이 26일 외국인도 투자할 수 있는 원유 선물 거래를 시작한다. /상하이선물거래소
    상하이선물거래소 산하 국제에너지거래중심이 26일 외국인도 투자할 수 있는 원유 선물 거래를 시작한다. /상하이선물거래소

    중국이 26일부터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중심(INE)에서 위안화로 결제하는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한다. 2012년부터 추진해왔지만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수차례 미뤄져온 원유 선물거래가 최근 미중 무역전쟁 발발 위기로 상하이증시가 불안 조짐을 보였는데도 예정대로 개장하는 것이다.

    중국의 원유 선물거래는 중국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를 허용하는 최초의 원자재(상품) 시장으로 당국의 금융시장 개방 의지를 과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밀어부친 것으로 보인다. 이강(易綱) 인민은행 신임 총재는 25일 중국 발전 고위층 포럼에서 금융의 당면 과제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며 온건한 중성적 통화정책 및 중대 리스크방지와 함께 금융 개혁 개방을 꼽았다.

    중국이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 됐지만 국제 원유 가격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포석도 있다. ‘오일위안화’ 시대를 열어 1970년대 ‘오일달러’로 달러 기축통화 시대를 굳힌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한다는 의미도 있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 등에 따르면 중국 선물회사들은 이미 한국 미국 인도 등 해외 투자자들과 상담을 시작했다.

    ◇25년여만에 국제판으로 다시 개장...금융시장 개방의 상징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지난해 중국의 원유 순수입량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지난해 중국의 원유 순수입량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상하이선물거래소 자회사 INE는 2013년 11월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에 등록 설립했다. 1993년 국내 투자자들만 거래할 수 있는 원유 선물시장을 개장한 중국은 과도한 변동성 탓에 이를 1년여만에 중단했다.

    중국 당국은 2012년 이후 원유 선물시장을 국제투자자도 참여시키는 형식으로 재개장하는 방안을 추진해왔고 그 역할을 INE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매년 개장을 추진해왔지만 증시와 외환시장의 불안이 이어지면서 개장이 계속 지체돼왔다. 원유 선물거래가 투기를 부추겨 금융리스크를 가중 시킬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작년 6월 이후 INE가 원유 선물 거래 테스트에 수차례 나서는 등 최근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2월초 미국 증시 급락으로 상하이증시가 하루 4.05% 하락했지만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3월26일부터 INE에서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한다고 일정을 공개했다.

    트럼프 정부의 연 5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예고 소식이 전해진 23일 상하이종합지수가 3.39% 하락하고, 미국 증시가 22~23일 이틀 연속 급락세를 보였는데도 중국은 원유 선물거래시장 개장 일정을 늦추지 않았다.

    이강 총재가 “중국의 금융이 외부 충격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금융안정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을 비롯한 서비스시장 개방의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도 예정대로 개장한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22일 증감위 관계자는 “원유선물 거래가 금융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을 위한 새로운 구도를 형성하는 데 유리하다”며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중국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더욱 풍부한 투자 선택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이강 총재는 지난 19일 선출 직후 첫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4월 보아오포럼에서 금융개혁 개방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재정부는 원유 선물 거래에 나서는 외국인 개인투자자에 3년간 자본이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고, 외국인 중개기관의 수수료 수입에 대해서도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왕루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아시아태평양 석유가스 애널리스트는 “세제 혜택이 상하이 원유 선물 거래 참여자를 늘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참여자가 많아질 수록 유동성이 커지고 이는 원유 선물의 효율적인 가격 형성에 기초가 된다”고 말했다.

    왕서우원(王受文)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 겸 국제무역담판 부대표는 25일 중국 발전 고위층 포럼에서 “중국의 서비스무역은 계속 적자를 내고 있지만 개방 확대를 견지하고 있다”며 “WTO가 규정하는 서비스업종 160개 가운데 중국이 (2001년)WTO 가입 때 개방을 약속한 게 100여개였는데 이미 개방 업종이 120개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벤치마크 만들어 원유 수입 아시아 프리미엄 해소


    중국 금융불안에도 26일 원유선물 거래 강행 이유는

    “상하이 원유 선물 시장 개장은 아시아로 가는 원유의 가격에 대해 중국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것”(로이터통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NE가 기존 국제 원유 선물거래소와 다른 원유 품종을 거래 대상으로 정한 배경이다.

    류전하이(劉振海) 중뎬터우셴룽(中电投先融)선물연구원 원장은 “양대 원유 선물 거래소인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런던 ICE의 브렌트유의 주요 품종인 경질⋅저유황유와 달리 INE는 중질⋅고유황유를 거래한다”며 “경쟁을 피하고 상호 보완하고 평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품종의 원유 수급관계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중질⋅고유황유는 현재 권위있는 가격 기준이 없는데다 중국과 주변국가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주요 품종이기도 하다. INE의 원유 선물 가격이 현재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주로 기준점이 되는 아시아 원유시장에서 벤치마크 가격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상하이 원유 선물거래가 잘 되면 중국이 (아시아 국가들이 원유수입을 할 때 더 가격을 얹어서 사는) 아시아 프리미엄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리리 ICIS 차이나 에너지 담당 주임)이라는 기대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한국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의 메이신위(梅新育) 연구원은 “중국의 원유 선물거래가 갖는 막중한 과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원유 가격의 변동을 안정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국가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가격 변동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2위 소비국인 중국의 에너지 기업 뿐 아니라 전체 경제발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상하이 원유 선물거래 개시 의의가 비교적 크다”(차이둥청 상하이사범대 금융공정연구중심 주임)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지난해 하루 평균 840만배럴로 790만 배럴의 미국을 처음 제쳤다.

    중국은 원유 선물 거래의 진척을 봐 가며 구리 철광석 등 다른 원자재 시장도 외국인 투자자에 개방하는 식으로 국제가격 결정권을 확대해간다는 전략이다. 미국 선물협회(FIA)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 선물 거래량이 전세계 선물거래량의 10%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에너지 선물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상하이선물거래소가 거래하는 14개 상품 가운데 구리의 경우 세계 3대 거래소로 부상할만큼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오일위안화 시대 시간 걸릴 듯


    중국 금융불안에도 26일 원유선물 거래 강행 이유는

    상하이 원유 선물거래는 위안화로 표시된다는점에서 기존 국제 원유 선물거래와 다르다. 최소 가격 변동 단위도 배럴당 0.1위안이다.

    1970년대초 달러의 금 태환(교환) 중단에 따른 금본위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기축통화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건 원유 거래를 달러표시로 하도록 해 오일달러 시대를 개막한 덕분이다.

    하지만 오일위안화 시대가 성큼 다가올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 않다. 2016년 중국에서 자본유출 우려가 불거졌을 때 당국의 강력한 개입이 이뤄진 사실은 외국투자자들의 투자를 주저하게 한다. 특히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도 오일위안화의 환율리스크를 키운다.

    원유 선물거래의 투기를 막고 법죄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도 중국 당국의 과제다. 상하이선물거래소 총경리(CEO)는 공상은행 중국은행 등 13개 은행에 원유 선물 거래 자금 관리 자격 증서를 부여하면서 이들 은행에 인민은행과 외환관리국의 요구에 맞춰 국경간 자금 흐름을 면밀히 살피고 돈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 등 불법 범죄활동, 불법 환전을 예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궈터우안신(国投安信)선물의 정뤄진(鄭若金) 애널리스트는 “무역전쟁 위기가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높이고 있어 상하이 원유 선물 거래 초기엔 기존 국제유가 추세를 따라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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