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5일 "중소기업에 빈 일자리가 많은데 사회 보상 체계의 왜곡 등으로 청년들이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에 새로 취업하는 청년들에게 1년에 1000만원 이상을 지원하겠다는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놨다.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난과 중소기업 구인난 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지가 정부의 고용노동통계(2017년 기준)에 나타난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를 분석한 결과, 빈 일자리 절반은 근로 환경이 열악해 청년들이 기피하거나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해 생애 최초 취업자가 갖기 힘든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빈 일자리 3대 업종=홀서빙·택시기사·가게 점원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중소기업(근로자 300명 미만) 빈 일자리는 20만1000개. 청년(15~29세) 실업자 수는 42만명이다. 정부 계획대로 청년 실업자와 빈 일자리 간의 '미스매치'를 해소할 수만 있다면 획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통계는 이 같은 기대가 '탁상공론'일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2017년 현재 근로자 300명 미만 중소기업 분야에서 빈 일자리가 가장 많은 업종은 음식점·주점업이다. 빈 일자리가 2만4000개에 달한다. 전체 빈 일자리 10개 중 1개꼴이다. 음식점·주점업은 주로 홀서빙, 배달원 등을 말한다. 이 업종은 월급이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인 185만원(임금은 2016년 기준)에 불과해 월평균 이직률이 9.1%에 달했다. 국책 연구원의 A 연구원은 "음식점·주점업은 중·장년이나 외국인 근로자의 일자리로 이미 고착화돼 청년 일자리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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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로 빈 일자리가 많은 업종은 택시·버스·화물차 등 기사가 포함된 육상 운송·파이프라인 운송업(1만8000개)이다. 이 일자리 상당수는 만성적인 구인난에 빠진 택시기사로, 매달 평균 20시간씩 초과 근무를 하면서도 월급은 245만원에 그쳤다. 청년들이 기피하면서 평균 연령이 52세에 이른다.

빈 일자리가 세 번째로 많은 소매업(1만8000개) 일자리는 백화점·대형마트·수퍼마켓 점원 등을 의미한다. 월급이 적어 이 직종에 일하는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로 잠깐 일하는 것이 보통이다.

정부가 주 타깃으로 보고 있는 제조업 빈 일자리는 임금이 300만원대로 꽤 많고 상용직 비중도 높지만 만성적인 초과 근무에 시달리는 업종이다. 금속 가공 제품 제조업(8600명)은 매달 26.5시간씩 초과 근무를 해야 309만원을 벌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무 제품·플라스틱 제품 제조업(4500명)은 초과 근무 시간이 월 35시간이 넘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돈 좀 더 줄 테니 청년들에게 택시 운전하라고 하는 셈인데, 현실을 잘 모르고 책상 앞에서 머리를 굴려서 정책을 만들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빈 일자리'는 계속 증가

빈 일자리 중에는 보건업(1만2000명), 전문직별 공사업(1만명) 등 월급 300만원대 이상의 비교적 좋은 일자리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는 구직 청년들이 원한다고 곧바로 취업하기 쉽지 않다. 보건업에 취업하려면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 대부분 자격증을 따야 한다. 전기통신설비, 인테리어 등 전문직별 공사업 일자리는 다년간 경력이 필요해 '생애 최초 취업자'인 만 34세 이하 청년들이 진입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처럼 임금이 적거나 고용이 불안해 청년들이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은 업종, 만성적인 초과 근무에 시달리는 업종, 전문 자격이나 경험이 필요한 업종 등을 더하면 어림잡아도 10만개가 넘는다.

과거 정부도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런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빈 일자리 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중소기업 인력 미스매치 해소 대책'을 추진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12년 14만개였던 중소기업 빈 일자리는 지난해 20만1000개로 늘었다. 서울 지역 대학의 경제학 교수는 "중소기업 빈 일자리는 이미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문제로 청년에게 돈을 더 주면 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 일자리 지원금을 받기 위해 정규직을 추가로 채용하거나 각종 공제제도에 가입하기 어려운 '한계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