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빌딩 중개법인을 운영하는 한동수(가명) 대표는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다음달 부동산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 시행을 앞두고 대출한도가 막히기 전에 꼬마빌딩을 사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면서,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하루에 2~3건씩 계약을 할 때도 있어서다. 그는 이달 들어 평소보다 2배 이상 계약건수가 늘었다고 했다.

한씨는 “RTI 시행을 앞두고 매수자들이 막차타기에 나선 것 같다”면서 “이 시기 이후엔 투자자들이 감소할 것으로 보여 지금 상황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고 했다.

주택시장에 이어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에도 ‘거래 절벽’ 먹구름이 드리워질 전망이다. 부동산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 시행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어서다. 지난 1월부터 상가 임대료 인상폭이 제한되는 등 투자 리스크가 커졌고 금리인상이 현실화하는 것도 부담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이면도로에 중소형 빌딩이 밀집해 있다.

RTI 등의 내용을 담은 개인사업자 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이달 26일부터 시행된다. RTI는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주택은 1.25배, 비주택은 1.5배를 적용한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10억원짜리 상가를 살 때 연 3.6%짜리 변동금리로는 최대 5억4000만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4.1%짜리 고정금리로도 최대 6억10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그전까지는 담보가치의 50~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최대 7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상가나 꼬마빌딩은 대출을 많이 일으킬수록 수익률이 높아 대출을 활용한 매입이 일반적이었고, 당장 손에 쥔 현금이 많지 않은 사람도 투자 대열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달 말부터는 대출 한도가 크게 주는 만큼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의 폭이 줄면서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이드라인 시행 직전에 꼬마빌딩을 매입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가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는 제도 도입도 투자자들에겐 부담이다. 지난 1월 26일부터 상가 임대료를 한 번에 5% 이상 올릴 수 없고, 적용 기준이 되는 환산보증금 기준도 지역별로 50% 이상 높이는 내용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그동안은 상권이 발달한 지역의 경우 전체 매매가가 비싸도 임대료를 올려 수익을 맞출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하기도 어려워졌다. 운영상 리스크가 커진 만큼 투자 가치도 이전보다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금리인상도 잠재 리스크다. 미국이 올해 서너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도 최소 1~2차례는 올릴 가능성이 생겼다. 수익형 부동산의 대출 의존도가 워낙 높은 만큼,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수익률도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주택시장과 마찬가지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만 투자가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자의든 타의든 수익형 부동산에서 발을 빼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동협 원빌딩 대표는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강남 지역은 매수가 꾸준히 이어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는 매수자가 줄어 매물이 늘고 가격도 조정받을 것”이라면서 “주택시장뿐 아니라 꼬마빌딩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도 ‘그들만의 리그’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