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알파고 쇼크' 2년… AI로 삶은 편해졌지만 일자리 불안은 커져

입력 2018.03.15 03:00

인공지능 결합된 자율주행차 운행… 스마트폰엔 음성인식 비서 탑재

가짜뉴스 생산해 여론 조작하고 보안 무력화 등 문제점도 커져
일론 머스크 "AI, 핵보다 무서워"
미국인 절반 "AI가 일자리 위협"

"인공지능(AI)은 지구 상의 거의 모든 인류보다 뛰어날 수 있고, 발전 속도는 기하급수적이다. 인공지능은 핵(核)보다 더 위험하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음악·테크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이 인류를 심각한 위협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공지능 열풍이 불면서 모든 기업과 정부가 뛰어들고 있지만 이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머스크는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를 예로 들며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과 유사한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면서 일어나는 혼란을 다룬 영화‘엑스 마키나’의 한 장면.
인공지능(AI)이 우리 생활 곳곳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인공지능이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사람과 유사한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면서 일어나는 혼란을 다룬 영화‘엑스 마키나’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처스
알파고는 2016년 3월 9일 서울에서 세계 최정상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에 완승을 거두며 전 세계에 '알파고 쇼크'를 몰고 왔다. 인간의 바둑을 공부해 이세돌 9단을 꺾었던 알파고는 지난해에는 인간의 바둑을 배우지 않고도 스스로 학습하면서 세계 최고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고, 같은 방식으로 체스와 장기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정복했다. 바둑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이런 발전 속도를 보인다면 인공지능이 인간 모두를 대체하면서 마치 핵처럼 인류를 멸종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 머스크의 주장이다. 머스크의 경고는 과도한 것일까, 아니면 그의 말처럼 인류는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위협 앞에 서 있는 것일까.

◇'알파고 쇼크' 2년… 일상생활에 파고든 인공지능

알파고 쇼크 이후 불과 2년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을 미래의 기술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스마트폰마다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가 탑재돼 있고, 인공지능과 결합하면서 똑똑해진 자율주행차는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와 구글의 구글홈은 지난해에만 각각 3100만대, 1400만대가 팔렸다. 최근에는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작곡하는 등 인간의 전유물인 창작에 도전하는 인공지능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 소니는 음악을 스스로 창작해내는 '플로 머신'이라는 인공지능을 선보였고, 마이크로소프트와 네덜란드 델프트공대는 렘브란트 스타일의 작품을 창작해내는 '넥스트 렘브란트'를 공개했다. 구글의 인공지능 '딥드림'이 그린 그림 29점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경매에서 9만7000달러(약 1억원)에 낙찰됐다.

인공지능의 대중화와 함께 머스크처럼 인공지능을 위협으로 느끼는 사람도 늘고 있다. 사람의 일자리를 인공지능이 빼앗고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경제적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과 여론조사 업체 갤럽은 지난 11일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이민자나 해외로의 공장 이전보다 인공지능을 더 큰 일자리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10월 3297명의 미국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시행한 이 조사에서 미국인의 58%는 앞으로 10년간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할 최대 요인으로 로봇과 인공지능을 꼽았다. 이 조사에서 미국인 6명 가운데 5명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제품을 하나 이상 사용하고 있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경제적 불평등을 더 크게 만들 것이라는 응답자가 76%였다.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 사회연구센터도 이달 초 "중국인의 90% 이상은 인공지능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30%는 이미 인공지능이 자신의 일을 위협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의 위협을 시나리오별로 검토한 전문가 보고서도 나왔다. 미국 예일대, 영국 케임브리지대·옥스퍼드대, 비영리 단체 '오픈 AI' 등 전문가 26명은 지난달 '인공지능 악용 보고서'에서 "인공지능이 디지털 세계는 물론 정치와 현실 세계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인류의 인공지능 위협 직면 시기를 불과 5년 후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기존 보안 시스템을 완벽히 무력화시킬 수 있고, 초소형 드론(무인기)은 얼굴 인식 기능을 이용해 목표에 테러를 가할 수 있다"면서 "인공지능이 가짜 뉴스를 생산해 여론을 조작하고 음성·영상 합성 기술로 동영상을 조작해 선거나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일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핵무기보다 인공지능이 더 위협적이라는 머스크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인공지능 위협 논의 본격화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미래에 대한 고민은 한국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홍릉 고등과학원에서는 '인공지능의 도전, 철학의 응전'이라는 주제로 철학 전공 교수들이 모여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바뀔 미래 사회와 그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이상욱 한양대 교수(과학철학)는 "사람들은 자기보다 똑똑한 존재가 사람이 아닌 기계라는 점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규 이화여대 교수(심리철학)는 "인공지능이 당장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하기는 힘들다"면서 "어떤 분야에서 먼저 인공지능이 역할을 발휘하게 되는지를 면밀하게 살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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