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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현대건설 이사직 사퇴, 지배구조 개편되나?

  • 김참 기자
  • 입력 : 2018.03.14 17:29 | 수정 : 2018.03.14 19:07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시작된 것일까.

    현대건설(000720)이 ‘주주총회소집결의안’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14일 알려지면서 재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야할 이유는 많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들의 3월 주총을 자발적 개혁 데드라인으로 잡고, 재계에 지배구조 단순화, 일감몰아주기 해소 등을 요구한 상태다.

    정몽구 회장이 80세 고령이라는 점도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부담스럽다. 삼성 등 다른 그룹사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3세인 정의선 부회장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오는 29일 진행예정인 현대건설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과 김용환 부회장이 임기만료로 이사회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건설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는 것은 승계작업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건설의 새로운 등기임원으로 올라가야 승계 작업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이번 주총 안건에서 정 부회장에 대한 안건이 없다는 것이다.

    정의선 부회장./ 조선일보DB
    정의선 부회장./ 조선일보DB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의 이사 임기가 만료돼 재선임이 안됐다”며 “각계열사별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계열사에서 정 회장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현대차 대표이사 임기가 각각 2019년 3월, 2020년 3월에 끝난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오너 일가의 등기이사 제외를 3세 승계작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고 있다. 등기이사는 지배구조 개편시 잡음이 발생하면 법적 책임을 지어야 한다.

    현대건설은 정 부회장이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72%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승계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합병이 꾸준히 거론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려면 현대엔지니어링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합병 방식을 세련되게 해야겠지만,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하게 되면 정 부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순환출자 고리 끊어야, 압박 받는 현대차

    대기업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순환 출자 고리도 부담스럽다. 공정위는 올 1월 업무보고에서 상장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지분요건을 비상장사와 마찬가지로 20%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경우 오너일가 지분율이 29.9%인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이 규제를 받게 된다. 이중 정 부회장이 지분을 많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매각은 필연적으로 지배구조 개편과 연계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조선일보DB
    조선일보DB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엮여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현대모비스가 대주주다.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16.8%)을 매수해야 하는데, 4조원 가량의 천문학적인 승계 비용이 걸림돌이다. 이 비용 마련을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의 활용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승계 비용이 현대글로비스(086280)지분 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게 문제다.
    이 때문에 현대차, 기아차, 현대 모비스 3개 회사가 각각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한 후 3개 지주사를 합병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계열사를 쪼개고, 붙이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계열사별로 특별결의 주총을 열어야 하고 이 같은 방식이 주주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지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1조원 정도로는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지 못한다”며 “현재 삼성 방식으로 승계작업을 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진 만큼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해 현대글로비스나 현대엔지니어링 가치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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