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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중국 손에 달렸다

  • 양지혜 기자

  • 입력 : 2018.03.14 03:00 | 수정 : 2018.03.14 10:58

    ['3월말 계약 시한' 넘길 듯]

    반도체에 열 올리는 中정부만 反독점 심사 미루는 등 '몽니'
    도시바 실적 1년새 흑자 반등에 주주들 매각 반대 목소리까지
    "최악의 경우 인수 무산될 수도"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중국 손에 달렸다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제조업체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 매각 시한이 2주가량 남은 가운데 중국 정부의 승인이 계약 성사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예정대로라면 3월 말까지 SK하이닉스와 미국의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일본의 산업혁신기구(INCJ)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를 넘기는 인수·합병(M&A) 절차가 끝나야 한다. 그러나 맹렬하게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합병 승인을 미루는 상황에서 반도체 호황에 따른 도시바의 실적 개선과 도시바 주주들의 매각 반대 등이 맞물리면서 3월 말까지 M&A 계약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 몽니와 도시바 변심으로 인수전 새 국면 펼쳐질까

    중국 정부는 도시바 메모리 인수의 키를 쥐고 있다.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한국·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브라질·필리핀·대만 당국의 반(反)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중국 정부만 허가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최근 들어 반도체 굴기(崛起·우뚝 일어섬)를 선언한 것과 맞물리는 상황이다. 중국은 현재 약 15% 수준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면서 최대 1조위안(약 170조원) 규모의 투자안을 내놨다. 중국은 자국 1위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온그룹과 충칭시 당국과 협력해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회사 설립에 합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만약 중국 정부가 반독점 심사를 무한정 미룬다면 최악의 경우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도시바의 경영 상태가 1년 새 확 나아진 것도 변수다. 작년 초 도시바는 상장 폐지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알짜배기인 메모리 사업부를 매물로 내놔야 했다. 그러나 작년 말 6000억엔(약 6조원) 규모의 증자에 성공하면서 매각이 지연돼도 상장 폐지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또 올 3월 말 발표될 도시바의 2017년 실적도 종전 예상액인 1100억엔 적자에서 5200억엔(약 5조2000억원) 흑자로 반등할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사업부 매각 없이도 도시바의 자기자본이 4600억엔(약 4조6000억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반전되면서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반대하는 주주들도 많아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홍콩 등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도시바의 캐시카우(cash cow·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는 메모리 사업부를 팔지 말라고 경영진에게 편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인수 시한이 지나면 도시바가 매각액을 높여 재협상하거나 메모리 사업부의 기업공개(IPO) 등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작년 11월 도시바의 증자에 도시바 주주들은 IPO를 더 선호한다"며 "주주들은 한·미·일 연합의 인수안이 도시바의 기업 가치를 저평가했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도시바의 교섭력이 강해진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4조원 투자 계약…도시바 "최대한 노력"

    낸드플래시 반도체 강자로 도약하길 원하는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연합을 통해 약 4조원을 투자해, 도시바메모리에 대한 의결권 지분율을 15%까지 확보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 SK하이닉스 측은 중국 정부의 심사를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현재의 도시바 인수안이 무산되더라도 SK하이닉스엔 별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년 새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이 부쩍 오른 덕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작년 3분기 점유율 11.5%로 5위였다가 4분기엔 3위(12.7%)로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72단 3D(3차원) 낸드 양산이 작년 말부터 본격화됐고, 올해는 청주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어 시장 점유율이 더 올라갈 전망이다.

    도시바는 3월 말까지 매각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기존 계약 조건을 파기하고 다시 협상을 진행하거나 매각을 취소할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인수 계약 마무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공표하고 있다. 나루케 야스오 도시바메모리 사장은 지난 9일 일본 미에현 공장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이달 중 매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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