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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임 이주열 총재의 과제 '한은의 개방성 확대'

  • 연선옥 경제부 정책팀 기자
  • 입력 : 2018.03.13 06:00 | 수정 : 2018.03.13 09:06

    [기자수첩] 연임 이주열 총재의 과제 '한은의 개방성 확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이 결정됐다. 과거 두 차례 연임 사례가 있었지만 모두 재무부(지금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한은이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로 불리던 시절 얘기다. 한은이 독립적인 중앙은행 체제를 갖추게 된 이후 총재 연임은 처음이다.

    4년 더 임기를 보장받게 되면서 이 총재의 정책 결정은 물론 조직 운영에도 큰 힘이 실리게 됐다. 단임 총재에게는 어려운, 한은의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할 기회가 왔다는 의미다.

    한은을 지켜보는 많은 전문가가 요구하는 공통된 주문은 개방성을 높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한은은 독립성을 지킨다는 명목 아래 외부와 교류 범위를 스스로 좁혀온 측면이 있다. 한은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펼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 때문에 폐쇄적인 조직이 되는 것은 한은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에도 손실이다.

    한은의 전문 인력이 수행한 경제 분석을 더 많이 공개하는 것이 개방을 확대하는 첫걸음이다. 140명에 이르는 한은의 박사급 인력은 대내외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은 물론 구조적인 문제와 최신 이슈도 연구한다. 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하는 만큼 희망 사항이 상당수 반영된 관료들의 보고서보다 객관적인 시사점을 도출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외부에 공개되는 한은 보고서는 3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 의견과 다르거나 언론에 비판적 보도가 나올 경우를 우려해 한은이 연구 보고서 대부분을 30여명의 한은 간부들에게만 공개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내부에서 작성한 다양한 주제의 연구 보고서를 공개해 세계 경제의 ‘씽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한은이 보다 개방적인 조직이 되려면 외부 인사를 수혈해 경제를 보는 시각을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런데 한은의 조직 개편은 오히려 개방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한은은 지난 2011년 수석 이코노미스트(Chief Economist)를 신설해 외부 출신 전문가를 기용했지만 1년 만에 경제연구원장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겸임하도록 해 흐지부지됐다. 조사국장과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 등 한은의 핵심 보직을 외부에 개방했던 파격 인사도 중단하고 내부 인사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돌아갔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2일 차기 총재로 지명된 직후 “4년 전 처음 명을 받았을 때보다 훨씬 더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우리 경제가 처해 있는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한은의 역할은 과거보다 확대됐고 이전보다 많은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개방된 조직과 이를 통해 확보한 넓은 시야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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