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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분양 막았더니… 오피스텔, '청약 제로' 속출

  • 김수현 기자
  • 입력 : 2018.03.13 08:24

    300실 이상 오피스텔의 인터넷 청약이 의무화된 이후 ‘청약 제로(0)’ 현장이 나오는 등 오피스텔 청약률이 바닥을 기고 있다. 과거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알음알음 분양되던 것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오피스텔 공급과잉에 따른 수요자들의 불안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1월 25일부터 최근까지 오피스텔 5개 단지가 인터넷 청약을 진행했는데, 이중 파주 ‘뚱발 트랜스포머 420 오피스텔’, ‘남춘천역 코아루 웰라움 타워 오피스텔’ 등 2개 단지엔 청약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조선일보DB
    조선일보DB
    나머지 3곳 단지 신청자도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었다. 지난달 진주에서 청약 신청을 받은 ‘신진주역세권 줌시티 오피스텔’의 경우 348실 모집에 청약자는 2명뿐이었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부산 명지 제나우스 오피스텔’은 519실 모집에 76건, ‘천안아산역 더리브 오피스텔’의 경우 593실 모집에 95건만 접수됐다. 두 단지 모두 지난달에 선보인 곳들이다.

    올해 1월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300실 이상 오피스텔은 금융결제원 등을 통해 인터넷 청약과 추첨을 진행해야 한다. 그전까지는 사업자 자율에 따라 현장과 인터넷에서 모두 신청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 사업자들이 관행적으로 ‘깜깜이 분양(분양 일정을 숨긴 뒤 고의로 미분양을 만든 후 원하는 동호수를 선점해서 계약하는 방식)’을 진행해왔다.

    한 곳만 제외하면 모두 지방에 속하고, 브랜드 인지도도 낮은 단지라 청약 선호도가 크지 않았던 것이 청약 실패로 이어졌다. 지난해까지 수백대1의 높은 청약률을 기록하며 오피스텔 청약시장 활황을 주도해왔던 건 수도권 등 택지지구에 공급되는 대형 브랜드 오피스텔이었고, 이런 조건이 아닌 단지들은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는데, 이번에 제도까지 바뀌면서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수도권 택지지구 등의 브랜드 오피스텔을 제외하면 대부분 깜깜이 분양이 이뤄져 왔다”면서 “그간 정확한 실상이 파악되지 않았던 것이며, 법 개정으로 이들 지역의 오피스텔 청약 결과도 고스란히 공개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 공급과잉에 따른 불안감도 저조한 청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3년간 전국에서 입주한 오피스텔 물량은 연평균 4만6112실인데, 올해는 7만5993실이 입주해 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내년에도 이에 못지않은 7만3560실이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본격적으로 늘면서 대체재 역할을 하는 소형 아파트 전세물량이 증가한 것도 여파가 있다.

    악재들이 겹치면서 오피스텔 수익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15년 1분기 전국 오피스텔 연 수익률은 5.57%이었지만 계속 하락해 지난해 4분기엔 5.1%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작년 3분기(4.97%) 5% 선이 무너졌고, 나머지 지역들도 하락세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오피스텔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고수익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있고, 세입자들도 오피스텔의 주거 만족도가 소형 아파트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서서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한강조망이나 학군 등 입지 강점이 뚜렷한 오피스텔 단지가 아니라면 앞으로 청약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단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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