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센 HUG 분양가 통제…현금 부자는 '로또 청약', 건설사는 '옵션 장사'

조선비즈
  • 이진혁 기자
    입력 2018.03.13 06:12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가 청약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서울 재건축 단지의 경우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HUG의 압박 탓에 분양가를 뜻대로 정하지 못 해 주변 단지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가를 책정하는 바람에 ‘로또 분양판’이 벌어졌고, 건설사는 분양가가 낮아진 만큼 ‘옵션 장사’를 통해 이득을 챙기려 하고 있다. 정부가 청약 시장에 개입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나타난 셈이다.

    강남구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분양가는 재건축 시장이 달아오르던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3.3㎡당 4000만원 후반대까지 예상됐다. 하지만 이달 분양을 앞두고 HUG의 압박으로 분양가가 이보다 크게 낮아진 3.3㎡당 416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지난해 9월 분양한 ‘래미안 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분양가와 같고, 2016년 분양한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 3단지)’ 분양가인 3.3㎡당 4259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HUG의 분양가 통제가 분양시장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DB
    HUG는 분양보증 승인을 내세워 인근에 공급된 단지의 분양가 또는 매매가의 110%를 초과하거나, 해당 지역에서 입지·가구 수·브랜드 등이 유사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 분양가 또는 최고 분양가를 초과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HUG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청약만 당첨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로또 청약’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전용 84㎡의 경우 3.3㎡당 분양가를 감안하면 약 14억원 정도인데,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인근 ‘래미안 블레스티지’와 비교하면 많게는 4억원 가까이 낮다. 지난해 12월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84.94㎡ 34층 분양권은 18억2080만원에 거래됐다. 앞으로 강남권에 분양되는 단지 분양가가 HUG 기준에 맞게 정해진다면 이들 역시 이런 로또 단지가 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정비사업을 통해 일반분양되는 물량은 총 1만5000여가구다. 강남구와 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구의 경우 GS건설 ‘고덕주공6단지’와 ‘방배경남’, ‘무지개’, ‘개포주공4단지’ 등과 삼성물산의 ‘상아2차’, ‘서초우성1단지’, 현대건설의 ‘삼호가든3차’, ‘일원대우’ 등이 연내 분양할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단지가 이전에 공급된 단지의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건설사들이 분양가 하락분을 옵션에서 만회하는 전략을 쓰려고 해 ‘조삼모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발코니 확장비의 경우 원래 유상으로는 1000만원대였고, 심지어 무상으로도 나온 단지가 있었지만, 최근 경기도 신축 아파트 발코니 확장비는 3000만원대에 이르고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따라 결정돼야 할 분양가가 정부 개입으로 정해지면서 나타나지 않아야 할 문제까지 나오고 있다”며 “그동안 강남 4구에 분양된 단지의 경우 대부분 웃돈이 수억원씩 붙은 만큼 앞으로 공급되는 단지들의 분양가가 이들 단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되면 로또 분양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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