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남아도 질주하는 차량공유… 한국에선 안되는 까닭은?

  • 양지혜 기자

  • 입력 : 2018.03.12 03:00

    [우버·리프트… 모두가 '300조 시장'으로 달리는데, 우리는 규제에 막혀 공회전]

    - 자동차·IT 양손에 쥔 한국이…
    美 우버 몸값 70조원에 달해… 인도·동남아도 차량공유 급성장
    한국은 정부 규제·택시 반발로 서비스 중단할 위기에 처해

    - 두 손 들고 포기한 현대차
    택시업계 불매운동 조짐에 정리
    GM·포드·도요타·폴크스바겐 등 자율주행 기술로 직접 뛰어들어
    일본, 도쿄올림픽 앞두고 차량공유 투자 열기

    차량공유 서비스와 자율주행차가 미래 교통 산업의 판도를 바꿀 화두(話頭)로 부상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세계 1·2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은 미국의 우버와 중국의 디디추싱으로 모두 차량 공유 업체이다. 이들의 몸값은 각각 70조원, 60조원에 이른다.

    동남아시아의 그랩, 인도 올라 등도 차량 공유 서비스로 급성장하고 있다. 그랩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 지역을 휩쓸고 있다. 최근에는 GM·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소니·소프트뱅크 같은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흐름에서 완전히 소외돼 있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한 국내 스타트업들은 각종 규제에 묶여 고사 직전에 내몰렸고, 대기업도 시장에서 철수했다. 서승우 서울대 지능형자동차 IT연구센터장은 "전 세계가 모두 차량 공유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한국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대기업 모두 한국에선 묶여

    한국 시장에 특화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던 풀러스콜버스 등 스타트업들은 택시업계의 반발과 지방자치단체·정부의 규제로 인해 서비스를 중단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일러스트=박상훈
    /일러스트=박상훈
    풀러스는 2016년 4월 창업 후 1년 반 만에 이용자 350만명을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출퇴근길 카풀(차량 동승)을 하면 동승객은 일반 택시보다 30% 저렴한 요금을 내고 운전자는 부수입을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해진 출퇴근 시간 이외의 카풀은 현행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이라는 정부의 유권해석으로 서비스 확대가 불가능해졌다.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가 법조항을 들이대면서 불법이라고만 하는데, 차라리 검찰에 고발돼 낙후된 업계의 문제가 공론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1위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도 차량 공유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중단됐다. 현대차는 국내 카풀 시장 2위업체였던 럭시에 투자하며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하지만 택시업계가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며 반발하자 최근 카카오에 지분을 모두 넘겼다.

    정부와 지자체도 차량 공유 서비스에 꼭 필요한 규제 개혁에 미온적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스타트업과 택시 업계, 정부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차량공유 서비스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5개월째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 2030년 300조 규모

    차량 공유 서비스는 이미 글로벌 교통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차량 공유 서비스는 자율주행차 개발과 맞물려 있다. 자율주행차를 가장 먼저 상용화할 수 있는 분야가 자율주행택시 등 차량 공유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차량 공유 시장 규모는 2017년 360억달러(약 39조원)에서 2030년엔 2850억달러(약 305조원)로 8배 가까이 커질 전망이다.

    동남아도 질주하는 차량공유… 한국에선 안되는 까닭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차량 공유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GM은 2016년 3월 자율주행 스타트업 크루즈를 10 억달러에 인수하고 차량 공유 서비스 '메이븐'을 시작했다. 또 우버의 라이벌 기업인 리프트에 5억달러(약 5356억원)를 투자했다.

    포드는 자율주행·차량공유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017년 5월 최고경영자(CEO)를 해고하고, 이 분야 스타트업 아르고에 10억달러(약 1조700억원)를 투자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폴크스바겐구글·테슬라 출신 자율주행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스타트업 오로라와 기술협력 계약을 했고, 다임러·BMW 등도 차량공유 서비스 자회사를 세웠다. 우버는 미국 피츠버그와 피닉스에서 이미 자율주행 택시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고 GM도 2019년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에서도 기업들의 차량 공유 사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다. 도요타는 일본판 카카오택시 ‘재팬 택시’에 75억엔(약 752억원)을 최근 투자했고, 그랩 등 해외 업체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소니도 일본 주요 택시회사 5곳과 손잡고 과거 탑승기록과 교통상황, 기상조건에 따라 AI(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택시를 배차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일본 최대 택시 업체인 제일교통산업은 우버와 협력하고 있다.

    ◇글로벌 변화에 선제적 대응 필요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런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홀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차량 공유 서비스가 스마트폰처럼 산업 전반을 뒤흔드는 모멘텀(momentum·동인)으로 부상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만 업계가 이해관계와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혀 돌파구를 찾지 못하다가 산업 주도권을 통째로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애플의 아이폰 등장 후 삼성전자만 겨우 변화의 물결에 올라탔지만 늦장 대응한 노키아 등 수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