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연임 이주열 총재에 바란다] 김소영 "당면 과제는 '금융안정'…美금리 인상 대응할 계획 마련해야"

  • 연선옥 기자
  • 입력 : 2018.03.11 09:17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한·미 금리 역전 장기간 이어질까 걱정”
    “최저임금 올리는 수요 중심 정책으로 성장 잠재력 높일 수 없어”

    “한국은행이 당면한 과제는 경기지원보다는 금융안정입니다. 한국의 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만 보면 기준금리를 인상할 유인은 별로 없지만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을 고려할 때) 금융안정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 올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한미 금리가 역전돼도 단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외 경기 여건상 한미 금리 역전이 비교적 장기간 이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최대 1%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은은 어떤 속도로 어디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지, 미리 시나리오별로 계획과 대응 방안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은 상태가 장기화하면 금융시장에서 해외자금 유출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한 대책을 세우는 게 연임하는 이주열 총재가 이끄는 한은의 통화정책 우선순위가 돼야한다는 것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로 동결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달 기준금리를 연 1.50~1.75%로 0.25bp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한국 기준금리가 낮아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김 교수는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지난해 3%대 성장률을 (3년만에) 회복했지만 초과 수요가 발생해 물가를 자극할 정도로 경기가 회복되지는 않았다”이라며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것도 우려되지만 미래 성장 여력이 떨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잠재성장률(한 국가가 노동, 자본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 인플레이션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높이려면 기술 발전이나 혁신의 틀을 짜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의 간섭을 막아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정부가 성장 산업을 분류하고 이를 육성하는 정책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은 수요 중심 정책인데, 수요 중심 정책으로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공급 측면에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경쟁을 제한하는 장벽을 없애고 직접적인 간섭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통화정책과 금융시장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다. 스페인 중앙은행에서 연구위원을 지냈고 국제통화기금(IMF)과 홍콩 중앙은행 통화정책연구소,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에 이어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자문 교수로도 활동했다.

    [연임 이주열 총재에 바란다] 김소영 "당면 과제는 '금융안정'…美금리 인상 대응할 계획 마련해야"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 현재 경제 상황은 어떻게 진단하나.

    “초과 수요가 과다한 상황은 아니다. 수요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지 못해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3%를 기록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성장률이 3%를 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성장 여력이 감소하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본 축적을 통해 공장을 짓고 투자하면서 성장했지만 이제는 물적 자원을 투입하기보다 기술 발전,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판단해 특정 산업을 지원하기보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을 만드는 틀을 짜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정부가 미래 기술을 예측해 성공한 적이 없다.”

    - 정부 정책은 소득주도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은 수요 중심 정책이다. 하지만 수요 중심 정책으로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잘 추진되면 경기 부양책이 될 수 있지만 수요 중심 정책으로는 성장을 이끄는 데 한계가 있다. 공급 측면에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경쟁을 제한하는 장벽을 없애고 직접적인 간섭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의 부담을 키우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정책을 보면 정부 스스로도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올해 최저임금을 크게 인상했는데,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니까 안정자금을 지원해서 막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최선의 정책(first best policy)’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근로시간 단축도 그렇다. 방향 자체로만 보면 꼭 나쁘지 않다. 근로시간이 단축돼 기업이 대체인력을 쓰면 실업률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기업 부담 측면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런 면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정부가 너무 한꺼번에 목표 없이 정책을 추진한다. 최저임금도 너무 급격하게 인상했고 근로시간도 너무 큰 폭으로 줄이려고 하는데 이것이 문제다.”

    - 미국이 통상 압박을 높이면서 세계 무역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 모두 회복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회복 국면인데 보호무역주의가 나오면서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특히 개방도가 높아 피해가 크다. 미국이 관세 같은 수단을 통해 무역 장벽을 강화하면 다른 나라도 대응할 수밖에 없다. 보복하지 않으면 미국의 무역 장벽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과거 부시 행정부 당시 미 행정부가 무역 규제 조치를 내놓았는데, 다른 국가들이 함께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내놓으면서 결국 보호무역주의가 다 같이 무너졌다. 다른 국가가 미국과 같이 보복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한국이 유럽연합(EU)같이 다른 나라처럼 독자적으로 미국에 보복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이 국제 공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 올해 미국이 3~4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미 금리 역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한·미 금리 역전이 큰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한·미 금리가 역전된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한·미 금리 역전이 비교적 장기간 이어질 것 같아서 걱정이다. 금리 격차도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올해 기준금리를 최대 1%포인트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한은은 그만큼 금리를 올리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경우 원화 가치 하락이 나타나지 않으면 자본유출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계속 금리를 올리는 경우 우리는 어떤 속도로 어디까지 금리를 올려야 하는지 숙고해 미리 계획을 세워놓을 필요가 있다.”

    [연임 이주열 총재에 바란다] 김소영 "당면 과제는 '금융안정'…美금리 인상 대응할 계획 마련해야"
    - 앞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은 어디인가.

    “거시경제 상황만 보면 금리를 올릴 유인이 별로 없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자본유출 발생 우려가 있고 금융 부문에서 가계부채 문제도 있다. 당장 당면한 문제는 금융안정인 것 같다. 한은이 결국 어느 정도 금리를 올려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은의 최고 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물가가 너무 낮은 상황이다. 앞으로 1~2년 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겨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지금은 금융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

    - 정책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 공조가 필요하다. 금리 정책에 따라 재정정책의 효과가 달라지고 반대로 재정정책에 따라 금리정책의 효과도 달라진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공조가 더 필요하다. 한은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에 금융감독 권한이 분산돼 있어 거시건전성 정책을 추진할 때 기관 간 협조가 필요하다. 한은이 금리 정책만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재정 당국과 공조해서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 국제 금융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을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커졌다. 예를 들어 미국이 유동성을 풀면 우리가 긴축 정책을 시행해도 우리 금융시장에는 유동성이 들어온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주요 국가들과 지속적으로 통화 스와프를 늘릴 수 있으면 굉장히 좋다. 또 거시건전성 정책의 국제 공조, 국제 표준화 작업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주열 총재뿐 아니라 실무진도 국제 중앙은행 세미나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김 교수는 특히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 금융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현재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EU 유로화 등 3대 기축통화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지 않다. 미국과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10월,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지만 만기인 2010년 2월 양국 간 계약이 종료됐다.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좀 많은 것 같다. 당국이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기 위해 달러를 매수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한 영향도 있다.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이 얼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외환보유액이 많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보유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미가 무제한으로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언제든지 달러를 빌려올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면 외환보유액을 줄여도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굴레에서도 좀 벗어날 수 있다. 미국에 이런 논리를 설득해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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