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이주열 총재에 바란다] 윤증현 "韓 성장 3대 요소 낙제점…한은 정책 목표로 '고용 안정' 검토해야"

입력 2018.03.07 16:28 | 수정 2018.03.07 16:33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인터뷰
“연 3% 성장 양호한 성장세 아냐…고용 부진 기업 성장으로 해결해야”

“3.9%라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와 3% 밑으로 하락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잠재 성장률을 고려했을 때 최근 3% 성장이 양호한 성장세라는 것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 부진인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야 하고 한국은행도 고용 안정이라는 통화정책 목표를 검토해야 한다.”

윤증현(72세)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3% 성장이 양호한 성장세가 아니다”는 목소리는 단호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경제성장 3대 원칙’을 강조했다. “우리 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세계 경제 성장률 이상이 돼야 하고, 잠재 성장률 이상으로 경제가 성장해야 하는 동시에 잠재 성장률 숫자 자체도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이 그가 제시한 원칙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올해 한국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인 3.9%를 넘어서 4% 성장세를 보여야 한다. 연 3% 밑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는 잠재 성장률도 빠른 시일 내 반등해야 한다. 윤 전 장관은 “그러나 현재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고용 부진을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그는 “고용 창출의 주역은 기업이고, 기업이 성장하지 않고는 고용을 늘릴 수가 없다는 것은 진리다”면서 “정부가 펼치는 경제 정책의 문제는 근로자 쪽에 편향돼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장관은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과감한 재정 투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재정 투입은 마중물에서 그쳐야 한다. 근본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전 장관은 고용 부진 해결을 위해 한국은행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임한 이주열 한은 총재의 향후 과제에 대해 “세계적인 흐름을 보면 중앙은행의 역할이 많이 바뀌고 있다”면서 “물가 안정, 금융 안정에서 고용 안정까지 확대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중앙은행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에 대해서는 “당장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장기화 되는 것에 대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971년 공직에 입문한 윤 전 장관은 참여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 원장, 이명박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는 등 역대 정부의 경제 정책을 집도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월 기재부 장관을 맡아 외신으로부터 '교과서적인 회복'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위기를 돌파했다. '따거(큰 형님이라는 뜻의 중국말)'라는 별명대로 후배 관료의 신망이 높은 대표적인 경제 관료다.

조선일보DB
다음은 윤증현 전 장관과의 전화인터뷰 일문일답

-정부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 연 3%대 경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경제 상황은.

“지난해와 올해 연 3% 경제 성장률이 양호한 성장세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성장에는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세계 경제 성장률 이상을 나타내야 한다. 또 잠재 성장률 이상으로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잠재 성장률 숫자 자체를 끌어 올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7%로 예상하다가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우리 나라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인 3.9% 이상인 4%대로 성장해야 하는데, 3%대 초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잠재 성장률도 하락하면서 연 3%를 겨우 넘어가고 있다. 잠재 성장률이 자꾸 하락하는 것은 큰 문제다.

잠재 성장률 하락을 막으려면 인적과 물적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우리 나라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구조조정 문제도 심각하다. 철강을 비롯해 조선과 해운, 석유·화학 등 공급 과잉이 일어나고 있다. 공급 과잉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도 첩첩산중(疊疊山中)이다. 현재 경제 상황을 결코 낙관하면 안된다.”

-경제 성장을 막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고용 부진이다. 세계 경제는 호황으로 전환되면서 일자리에 비해 사람이 모자라는 완전 고용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실업 상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기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자국 기업 보호와 기업 환경 개선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우리 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법인세 인상 등 국내 정책들이 기업 경영 환경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펼치는 경제 정책의 문제는 근로자 쪽에 편향돼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정규직 일괄 전환, 지난해에 비해 16.4% 오른 올해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노동 생산성 제고와 패키지로 함께 가야 한다. 노동 시장 유연성으로 노동 생산성을 향상시킨 후 근로시간 단축도 하고 최저임금 인상도 해야 하는데, 현재는 기업에게 어려운 환경만 조성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3~4년간 재정 투입 등 청년 일자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고용 창출의 주역은 기업이고, 기업이 성장하지 않으면 고용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은 진리다. 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자 성장을 이끄는 투자의 주체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정부가 독점 등을 통해 횡포를 부리거나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엄격히 규제해야 하지만, 현재는 기업 활동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어떻게 성장이 되겠는가.

물론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우리 경제가 옛날 만큼 고용 창출을 할 수 없다는 한계는 있다. 그러나 그나마 기업이 성장을 해야 고용이 늘어난다. 현재 수출이 나름대로 호조세를 보이는 것 같이 보이지만, 특정 품목에 치중돼 있다. 성장을 이끄는 주체인 기업 활동을 뒷받침 해줘야 경제 성장이 연 3% 이상 될 수 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재정 투입을 이야기 하는데, 재정은 마중물에서 그쳐야 한다. 재정 투입은 근본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이 될 수 없다. 특히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고려하고 있는데, 아직 추경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 올해 예산도 다 소진하지 않았는데 추경을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

2010년 10월 2일 윤증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마친 후 의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DB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통상 압박이 거세다.

“통상 압박은 심각한 일이다. 소규모 개방 경제에서 우리 경제의 첫 주자는 수출인데, 통상 압박은 미래에 언제든 계속 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만 대비할게 아니라 항상 관련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때부터 통상 조직이 망가진 상태다. 통상 전문가는 하루 아침에 키워지는게 아니다. 교육과 훈련, 경험 등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통상 조직을 강화해야 하는데, 지금 통상 조직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통상 조직을 강화하고, 통상 전문가를 배양하는 일을 하루 빨리 해야 한다.

또 향후 미국과 협상에 들어가면 자동차 중심 등 제조업에 대한 문호를 더 많이 열라고 할 것이고, 농업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미국과 협상에서 당당하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 농업의 산업화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개방된 자세를 취하면 얼마든지 현명하게 협상해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유지하면서 통상 교섭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임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과제는 무엇인가.

“현 정부 들어와서 이주열 한은 총재의 연임은 가장 잘한 인사라고 생각한다. 이 총재는 중앙 은행 역할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다. 연임을 하면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4년 동안 중앙은행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정부와 협조를 잘했다. 정부는 가끔 정치권 등으로부터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럴 때 중앙 은행이 통화와 금융 등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버티면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중앙은행은 정부의 일원이기도 하다. 정부의 일원으로 협조해야 할 부분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 총재가 정부의 일자리 창출 등 고용 문제는 발을 맞춰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동시에 선거를 앞둔 시기에 정치적인 의미로 돈을 풀라든지, 금리를 낮추라든지 등의 압박은 단호하게 대처하는 중립성을 유지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중앙은행 총재는 해외 흐름도 잘 간파해야 한다 세계적인 흐름을 보면 중앙은행의 역할이 많이 바뀌고 있다. 물가 안정, 금융 안정에서 고용 안정까지 확대하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중앙은행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기대한다.”

- 이달 중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수도 있다. 통화 정책의 방향성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금 유출 등이 기준금리 하나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다만 기축 통화국인 미국과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상황은 환율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래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총재를 중심으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잘 잡아야 할 것이다.”

>-지난 5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임한 후 곧바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오찬을 가졌다. 한은과 기획재정부의 협력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한은과 기재부는 서로 협조하면서도 견제해야 한다. 한은은 정부의 정책에 협조 하면서도 견제해야 하며, 기재부는 한은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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