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 일반

오락가락 재건축 안전진단…"집값 통제수단 변질"

  • 김수현 기자
  • 입력 : 2018.03.06 10:30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오락가락하면서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을 위한 절차 제도가 집값 통제 수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구조 이상 없으면 재건축 못한다”더니…2주 만에 보완책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은 지난달 20일 발표된 최초 정부 방안과 차이가 있다. 안전진단 주거환경 분야를 구성하는 세부 평가항목 중 가구당 주차대수와 소방활동의 용이성을 더한 점수 비중이 기존 37.5%에서 50%로 상향됐고, 주차대수 최하점 기준도 현행 가구 수 규정의 40% 미만에서 60% 미만으로 완화됐다. 구조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주차난이 심각한 단지는 주거환경 전체 점수를 낮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건축으로 직행할 수 있는 ‘E등급’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진 것이다.

    3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주민들이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 대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주민들이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 대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정부가 애초에 밝힌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의 취지와 거리가 있다. 정부는 ‘구조 안전성 확보’라는 재건축 사업의 본래 취지대로 안전진단이 이뤄지도록 한다며 해당 항목 비중을 20%에서 50%로 대폭 늘렸다. 반면 주거환경 비중은 40%에서 15%로 줄였다. 사실상 아파트가 낡고 오래돼 생활이 불편해도 구조에 문제가 있지 않다면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애초 정책 목표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보완책이 나온 건 주민들, 특히 목동과 상계동 등 비강남권의 반발이 워낙 거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주 안전진단 강화 방안이 나오자마자 이들 주민들은 ‘양천연대’, ‘비강남 국민연대’ 등을 조직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 3일에는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인근에서 목동 주민 2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집회를 열고 서명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주차난은 서울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 1980년대 후반 지어진 노후 아파트 단지에서 특히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14단지의 가구당 평균 주차대수는 0.45대로 업계가 보는 최소 주차대수(1.1~1.2대)를 한참 밑돈다. 보완책에 따라 주차대수 항목만큼은 최하점을 받는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금지나 마찬가지”…집값 통제수단 변질

    문제는 절충안에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소방활동의 용이성 항목의 경우 화재 시 소방차가 진입해 주차할 수 있는 ‘도로 폭 6m’를 갖췄는지에 관한 부분은 주관적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대목이다. 도로 폭이 6m에 미달해 소방차가 진입조차 하지 못할 정도면 최하등급이고, 도로 폭이 6m가 안 되지만 소방차가 들어갈 수는 있는 정도면 그 다음으로 낮은 등급을 받는다. 소방차가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는 정성적인 평가에 속한다는 점에서 평가기관의 의지가 개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두 항목 외에도 나머지 평가 항목이 7가지나 된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15점 만점 중 두 항목에서 0점을 받더라도 침수 피해 가능성, 일조환경, 사생활 침해 등 나머지 항목에서 3점 이상 받으면 E등급을 받을 수 없다. 재건축이 불가능하게 된 건 보완책이 나오기 전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애초부터 주거환경 비중을 대폭 떨어뜨렸으면서 주거환경 일부 항목의 비중을 높인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는 정부가 재건축을 집값을 잡기 위한 통제수단으로 안전진단 기준을 이리저리 비틀다 보니 생긴 부작용이라는게 업계 시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회적 낭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재건축 안전진단을 손질하는 것도 지역별 상황에 맞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일률적인 잣대로 재건축을 막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강남 등 특정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으로 변질돼 그 외 지역의 토지이용률까지 떨어드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더 커졌다. 양천·노원·강동·마포구 등 지역 주민들은 이번 안전진단 강화 대책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양천연대 관계자는 “지금의 안전진단평가는 재건축 금지를 위한 평가나 마찬가지”라면서 “법률적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며, 동시에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해 안전진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