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부가 분양가 누르니, 로또 아파트 들썩들썩

  • 장상진 기자

  • 입력 : 2018.03.06 03:00

    [민간택지도 사실상 분양가 통제하자… 3.3㎡당 시세 차익 1500만원 넘는 아파트도]

    판교 분양 때처럼 채권 입찰제 검토해볼 만

    - '10만 청약' 과열 예고
    강남·마포서 시세보다 낮은 분양… 인근 새 아파트와 비교하면 3.3㎡에 1000만원 넘는 차익

    - 누구나 누릴 수 없는 로또
    대출 제한, 현금 많아야 가능… 중·소형은 100% 청약가점제

    정부가 분양가 누르니, 로또 아파트 들썩들썩
    그래픽=김성규
    현대건설은 이달 중순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주공 8단지 재건축) 분양을 앞두고 지난달 26일 청약 희망자를 대상으로 '추가 설명회'를 열었다. 애초 1~2월 평일마다 한 번에 15명씩 모아 설명회를 열었다. 총 1500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를 사고 싶다는 요청이 쏟아지자 설명회를 또 연 것이다. 추가 설명회에는 700명이 몰렸다. 일부는 서서 들었다. 참석자 윤모(43)씨는 "당첨만 되면 곧바로 수억원을 버는 '로또'인데, 청약하지 않으면 바보 아니냐"고 했다.

    정부가 분양가를 사실상 규제하면서 당첨만 되면 시세 차익을 수억원 낼 수 있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3~4월 서울 강남·용산·마포 등 인기 지역에서 주변 지역 시세보다 값이 크게 낮은 아파트 분양이 줄을 이으면서 한 단지 분양에 10만명이 청약한다는 '10만 청약설(說)'까지 나돌고 있다.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 대책이 오히려 시장을 과열시키고, 당첨자에게만 막대한 시세 차익을 안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로또 아파트, 당첨만 되면 억대 차익"

    '디에이치자이개포' 아파트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최근 4160만원으로 확정됐다. 인근 새 아파트인 래미안블레스티지의 전용면적 84㎡가 작년 12월 18억2080만원에 거래됐는데, 3.3㎡당으로 환산하면 5355만원이다. 서울은 분양권 전매가 금지돼 있어 당첨자는 입주 후에 팔 수 있지만, 어쨌든 현 시세 기준 3.3㎡당 약 1200만원씩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 단지는 일반 분양분이 1690가구로 많아, 상대적으로 낮은 가점으로도 당첨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청약자가 1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10만 청약설'까지 나온다.

    GS건설이 이달 중순 분양 예정인 마포구 염리3구역 재개발 아파트의 분양 가격은 3.3㎡당 2600만원 안팎이다. 인근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는 3676만원에 실거래됐다. 지역 중개업소들은 "지난주 이 아파트 전용 59㎡가 10억원에 거래됐다"고 전했다. 소형에 국한된 가격이긴 하지만, 3.3㎡당 가격이 최고 4167만원까지 치솟았다는 얘기다.

    로또아파트 왜 생겼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아파트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용산구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 분양 예정인 고급 아파트 나인원한남이다. 정부가 3.3㎡당 평균 4750만원에 분양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인근 비교 대상인 작년 한남더힐의 3.3㎡당 평균 실거래 가격은 6410만원이었다. 정부 의지가 관철될 경우 3.3㎡당 차액이 1660만원이다.

    "특혜 논란도… 채권 입찰제 검토 필요"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줄을 잇는 것은 정부가 '집값 안정'을 내세워 분양가를 억누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가격은 2016년 1월 2095만원이던 것이 올해 1월에는 2590만원으로 23.6% 급등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발표 자료를 보면, 이 기간 3.3㎡당 평균 분양 가격은 2016만원에서 2186만원으로 8.4% 오르는 데 그쳤다.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정부 산하 HUG가 '분양 보증'을 앞세워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아파트 재건축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면서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재건축이 막히면 기존 분양권이나 새 아파트는 희소성을 누리며 가격이 더욱 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이 과열되면 진짜 필요한 수요자가 피해를 본다"고 했다.

    그렇다고 서울 청약 시장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중소형 아파트는 100% 청약 가점제로만 분양하도록 했고, 주택 담보대출에는 제한을 걸었기 때문.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현금이 많아야 하는데, 결국 전문직 등 고소득층이나 부모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금수저' 30~40대로 대상이 좁혀진다"고 했다.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판교 분양에 도입했던 '채권 입찰제' 부활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채권입찰제란 분양받을 사람이 아파트 분양 대금 외에, 추가로 입찰 방식을 통해 정부 발행 채권을 고가(高價)에 사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심 교수는 "정부가 채권 판매 수익을 서민 주거 복지에 투입하면 주택 시장 참여자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