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원하는 암 조직에만 항암제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연구단은 항암제를 둘러쌀 수 있는 나노 크기의 전달체를 개발하고 근적외선 레이저를 쬐어 항암제 방출 정도를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항암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정상 세포가 아닌 암 세포에만 항암제가 방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항암제가 정상세포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항암제를 전달해야 항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연구진은 호박 모양의 분자인 ‘쿠커비투릴 유도체’가 수용액에서 작은주머니 형태의 소포체를 스스로 만드는 성질에 착안해 소포체 내부 빈 공간에 항암제를 넣어 항암제 전달체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또 항암제를 담는 데 쓰이는 쿠커비투릴 유도체의 빛에 민감한 특성을 이용해 근적외선 레이저를 쬐어 원하는 부위에서 항암제 방출을 유도하는 데도 성공했다. 레이저에 노출된 쿠커비투릴 유도체가 세포 내에서만 존재하는 다른 물질과 결합, 소포체 구조가 해체되면서 내부에 담고 있던 항암제를 방출하는 원리를 알아낸 것이다.
연구진은 항생제의 일종인 ‘독소루비신’을 담고 있는 나노 소포체 수용액을 암세포에 처리하면 세포가 이들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 뒤 암세포에 근적외선 레이저를 쪼인 결과, 세포 내부로 흡수된 나노 소포체들이 레이저에 반응해 해체되고 내부에 있던 항암제를 방출, 세포핵까지 침투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했다.
나노 소포체에 사용한 근적외선은 2개의 광자가 하나의 광자처럼 기능하는 이광자 레이저로, 가시광선 레이저에 비해 생체 조직 투과력이 높고 부작용이 적다. 근적외선에 반응하도록 고안한 나노 소포체가 항암 치료에 적합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또 근적외선 레이저를 쪼이는 시간과 강도에 따라 암세포 사멸 정도가 달라진다는 사실도 밝혔다. 레이저를 더 긴 시간 동안 강한 세기로 조사할수록 암세포가 사멸하는 속도 또한 빨라졌다.
연구진의 박경민(사진) 연구위원은 "광민감성 쿠커비투릴 유도체는 향후 화학 항암제를 적용하는 암 치료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독일 응용화학회지(앙게반테 케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