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들어 하락세를 보이던 코스피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2300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는 어느덧 2500선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27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내내 상승 흐름을 보이다 막판 개인과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며 전날보다 소폭 하락(-0.06%)한 2456.14를 기록했다. 한 달 전 기록한 사상 최고치(2598.19)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연초(2479.65) 수준은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다. 주식시장이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도 최근 5일 연속(19~23일) 자금이 순유입됐다.
◇급격한 금리 상승 불안감 떨쳐낸 투자자들
지난달까지만 해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가며 기세등등했던 코스피가 2월 들어 고꾸라진 것은 미국 증시 때문이었다. 지난달 26일 사상 최고치(2만6616.71)를 기록한 미국 다우지수는 이후 9거래일 만에 10.4%나 떨어졌다. 지난달 미국 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불안감이 조성된 가운데, 1월 말~2월 초에 걸쳐 미국 고용지표 호조와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자 다시 금리 상승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패닉 셀(공포감에 의한 투매)'에 나선 것이다. SK증권 안영진 연구원은 "주가가 너무 오랫동안 오르기만 한 것이 내심 불안했던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 속도에 영향을 줄 만한 몇 가지 신호가 나오자 과민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도 2월 1~9일 지수가 8% 떨어지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에서는 9년여간 이어진 미국 증시의 '불마켓(상승장)'이 끝났고, 본격적인 하락장에 진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증시 반등(反騰)은 설 연휴(15~18일) 전후를 기점으로 나타났다. 코스피는 12일부터 19일까지 매일 상승했다. 이후 1% 넘게 하락한 날(20일)을 제외하고는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가 9~16일(현지 시각) 연속 상승한 뒤, 2일간 주춤했다가 다시 최근 3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것과 하루 시차를 두고 궤적이 거의 같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됐고, 장밋빛 경기 전망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은 것을 최근 상승세의 원인으로 분석한다. 키움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12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 세부안이 발표된 이후 주식시장의 급락 흐름이 진정되기 시작했다"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가운데 시장 금리 급등세가 진정된 것이 투자 심리를 개선시켰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 주도의 IT·에너지·화학·바이오 강세
코스피의 경우, 최근 상승세는 연기금과 보험회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이끌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설 연휴 이후(19~26일) 기관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722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1629억원, 2714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반면 설 연휴 전(1~14일)에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이 각각 1조3455억원, 1조5480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2조7782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하락장에서 주식을 담고, 상승장에서 주식을 파는 반대 행보를 보였다. 1월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원 가까이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1조7000억원 넘는 주식을 팔아 치웠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IT와 경기 민감주, 제약·바이오의 2월 중순 이후 수익률이 좋았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 9~26일 기준 코스피 대비 상대 수익률 상위 5개 업종은 에너지(6.58%), 건강관리(4.38%), 화학(2.04%), 반도체(1.94%), IT가전(0.98%)이었다. 에너지와 화학, 반도체는 경기 민감주에 속하고 건강관리에는 제약·바이오가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겠지만, 그 속도가 시장 예상(3회 인상)보다 빠를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 데다, 펀더멘털(경제 기초 체력)이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김형렬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이 작년만큼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렵겠지만 기업 실적 등에 힘입어 완만한 상승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일부 IT업종 대형주 위주의 쏠림형 장세보다는 경기 민감주 등 다양한 업종에서 주가 상승이 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