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계좌 제공 두고 여전히 눈치 경쟁

조선비즈
  • 이승주 기자
    입력 2018.02.27 06:10

    시중은행들이 가상계좌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할지를 두고 눈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규제 강화가 아니라 정상적인 거래가 될 수 있게 만들어 가야 한다”며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은행들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27일 은행과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은행들에 가상계좌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블룸버그 제공
    KB국민·IBK기업·NH농협·신한·KEB하나·광주은행 등 가상화폐 실명거래 시스템을 갖춘 6개 은행 중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곳은 기업은행과 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3곳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가상계좌 실명거래제가 시행된 이후 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단 4곳에 불과하다.

    블록체인협회 소속 나머지 30개 가상화폐 거래소는 은행의 가상계좌 제공에 목을 메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가상화폐 실명거래제 시행 전까지 법인 계좌로 투자자의 투자금을 집금하거나 가상계좌를 이용해 집금해왔다.

    하지만 가상화폐 실명거래제가 시행되면서 법인계좌를 통한 거래는 막혔고, 기존에 제공받았던 가상계좌는 요건 미달 등을 이유로 은행이 회수해 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가상화폐 실명거래 시스템 하에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가상계좌를 제공받지 못하면 투자자가 추가 투자를 할 수 없는 등 거래에 불편함을 느껴 해당 거래소를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의 존폐가 걸린 상황이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눈치보기 중이다. 은행들 사이에선 ‘1번 타자’는 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깔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화폐 거래 정상화를 위해 지원하겠다는 최 금감원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먼저 가상계좌를 제공했다가 금융당국의 괜한 미움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업비트 거래소에 신규 계좌를 제공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다른 은행들은 정부 지분이 있는 기업은행이나 농협은행의 움직임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많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요청을 받아 계약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해당 거래소가 금융당국이 원하는 수준의 역량을 갖췄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그밖에 고려할 사항들이 많아서 신규 거래소와의 계약을 쉽게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 중인 신한·농협·기업은행의 경우 기존에 계약을 맺은 거래소와는 계약을 유지하겠지만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거래소 숫자를 늘리는 것은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거래 중인 가상화폐 거래소에 신규 계좌 발급을 허용한 농협·신한은행과는 달리 기업은행은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업비트 거래소 조차도 신규 계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명거래 시스템을 갖추고는 있지만 아직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지 않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광주은행 역시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관련 제안이나 문의는 많이 들어왔지만, 계약 마무리 단계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직 없다”며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할지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