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가파른 성장세… 엄지족이 키웠네

조선일보
  • 김민정 기자
    입력 2018.02.26 03:00

    [인터넷 은행 고객·P2P 금융 투자자의 3분의2 차지]

    "은행 안가도 돼" 젊은층들 열광… 가계부 앱으로 개인 자산 관리
    카카오뱅크 수신액 6조원 돌파, P2P 누적 취급액 1년새 3.7배로
    기존 금융권 앞다퉈 핀테크 접목… 우리銀 3000억원 투입할 계획

    직장인 이모(30)씨는 지난해 은행 등 금융회사의 영업점을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웬만한 금융 업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업무는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터넷 전문 은행을 이용한다. P2P(개인 간) 대출 투자를 시작한 이씨는 점심 시간이면 스마트폰으로 투자 상품을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씨가 돈을 쓰면 가계부는 자산 관리 앱(App)이 자동으로 써준다. 이씨는 "최근 다양한 금융 서비스들이 나와 금융 거래가 편리하고 쉬워졌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금융업에 신(新)기술을 더한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객 60~70%가 '엄지족'

    핀테크 업체들은 작년 한 해 모바일 기기 사용에 익숙한 20·30대 '엄지족(族)' 고객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엄지족이란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일상에서 모바일 기기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2030세대에 힘입어 쑥쑥 성장한 핀테크 업체들 정리 표

    작년 7월 출범한 인터넷 전문 은행 카카오뱅크는 23일 현재 고객 수 541만명에 수신액이 6조3000억원, 여신액이 5조4000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뱅크의 성과는 2030 세대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고객의 65%가 20~30대다. 작년 4월 출범한 '케이뱅크'도 고객 중 64%가 2030 세대다. 카카오뱅크는 "주고객인 젊은 층에서 전·월세 대출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지난달엔 전·월세 보증금 대출 상품을 출시했는데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캐릭터가 들어간 체크카드 출시 등으로 2030 세대와 공감대를 형성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했다.

    P2P 금융에선 2030 파워가 더욱 거세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P2P 시장의 누적 취급액은 1조9366억원으로 전년 동기(5275억원) 대비 3.7배 덩치를 키웠다. 주요 업체들을 살펴보면 '테라펀딩'의 경우 1월 말 누적 대출액은 2643억원으로 전년 대비로 3배 수준으로 커졌다. '피플펀드'는 1월 말 누적 대출액 1433억원으로 전년 대비 9배로 성장했다. 테라펀딩과 피플펀드는 투자자 중 2030이 70%를 넘는다. P2P 업체들은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에 맞춰 새로운 상품을 내거는 방식으로 20·30대 투자자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P2P 대출업체는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니고 투자자의 원금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위험이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들도 소문을 타며 좋은 성과를 냈다. 일명 '가계부 앱'으로 불리는 자산 관리 앱인 '뱅크샐러드'는 은행 출납, 카드 사용 기록 등 금융회사의 정보를 모아 가입자의 자산 현황을 정리해 보여주고, 맞춤형 금융상품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뱅크샐러드는 "1월 말 기준 연간 사용자 수는 800만명으로 전년 동기(300만명)의 2.7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용자의 85%가 20·30대 연령층"이라고 밝혔다. 주식 투자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결합한 주식 소셜 트레이딩 앱인 '카카오스탁'은 누적 거래액이 작년 1월 말 15조원에서 올해 1월 말 32조원을 기록하며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기존 금융권도 핀테크 접목하며 맞대응

    혁신적인 핀테크 업체들의 등장으로 기존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독점해왔던 금융 서비스의 벽이 허물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는 "VIP 자산가들만 누렸던 자산 관리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에 따라 기존 금융회사들도 주도권을 놓칠세라 앞다퉈 핀테크 접목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 은행 출범 이후 디지털 영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최근 모바일 통합 앱을 내놓은 신한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이 모바일에서 AI(인공지능)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들은 부동산 매물을 찾아 보여주고 대출도 받을 수 있는 '부동산 모바일 플랫폼' 개발 경쟁에도 뛰어든 상태다. 우리은행은 3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에 최적화된 차세대 전산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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