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질병을 유발하는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고 교정할 수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의 효율을 저해하는 요인을 새롭게 밝혀냈다. 교정할 DNA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역할을 하는 ‘가이드 RNA(gRNA)’가 세포 독성을 일으키는 면역반응을 유발해 유전자가위의 유전자 교정 효율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김진수(사진)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효율을 저해하는 요인을 새롭게 밝히고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지놈 리서치(Genome Research)' 온라인판 23일자(한국시각)에 발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효소 단백질 ‘Cas9’이나 ‘Cpf1’을 이용해 DNA 염기에서 원하는 부위를 절단하는 기술이다. 각종 유전 질환을 비롯해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어 생명공학 분야에서 가장 핫한 기술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세포에 주입시 원하는 DNA 염기를 정확하게 찾아내야 하는 게 관건이다. 유전자가위의 효율과 관계깊은 이 역할을 가이드RNA가 수행한다. RNA는 생명체 정보를 담는 DNA 이중나선 구조의 유전정보에 따라 생명체에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RNA는 염기와 당, 인산 3가지 요소로 구성된 여러 개의 ‘뉴클레오타이드’ 조각이 모인 사슬구조다. 뉴클레오타이드는 세포의 핵심 구성 성분인 핵산의 기본 단위를 말한다. 연구진은 gRNA와 절단 효소(Cas9 또는 Cpf1)를 복합체 형태로 만들어 세포에 주입할 때 면역반응이 일어나 유전자 교정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에 주목했다. gRNA를 구성하는 인산을 외부물질로 인식, 세포 내 면역반응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실험 결과 연구진은 복합체 형태의 유전자가위가 세포에 주입되면 gRNA의 인산을 외부물질로 인식해 세포가 면역체계를 발동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gRNA에 있는 인산을 제거하면 면역반응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인산을 제거한 gRNA와 절단 효소를 결합해 만든 유전자가위 복합체를 면역세포인 T세포에 주입했다. 그 결과 면역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연구진은 인산을 제거한 유전자가위를 T세포 내 CCR5 유전자에 적용해 유전자가위 효율 95%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원인 바이러스인 ‘HIV’의 수용체로 알려진 CCR5 유전자를 제거하면 HIV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연구진은 “gRNA 말단의 인산을 제거하는 방식은 간단하면서도 저렴한 사전 공정으로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않는 효율 높은 gRNA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에이즈 세포치료제 등 유전자가위를 사용하는 다양한 치료법에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