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고객 응대… 보험업계 '인슈테크' 바람

조선일보
  • 김민정 기자
    입력 2018.02.20 03:00 | 수정 2018.02.20 11:28

    상품 비교후 최적의 보험 추천 '챗봇'으로 고객에 맞춤형 상담
    모바일앱 등 이용한 서비스 확산
    외국선 권장 운동량 지키거나 혈당 관리 잘한 고객에 인센티브
    한국에선 의료법 위반 소지 커 다양한 상품 개발까진 갈 길 멀어

    미국 뉴욕주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보험사 '레모네이드(Lemonade)'에선 '마야'와 '짐'이라는 이름의 두 직원이 모든 고객을 응대한다. 마야와 짐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 '챗봇(채팅+로봇)'이다. 고객들은 모바일 앱이나 웹사이트에 접속한 뒤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주택화재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보험금도 청구할 수 있다.

    마야는 채팅창에서 '주소를 알려주세요' '집은 임대인가요' 등의 질문을 한 뒤 고객에게 알맞은 보험 상품을 제시한다. 온라인 서명과 결제를 마치고 가입을 완료하기까지 빠르면 9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짐은 보험금을 청구하는 고객에게 화상 채팅을 요청한다. 영상에 나오는 고객의 목소리와 행동을 분석해 허위 청구 여부를 가려낸다.

    레모네이드와 같은 '인슈테크(insurance+technology)' 기업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인슈테크'란 보험 산업에 AI,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oT) 등의 4차 산업 기술을 접목한 신산업이다. 세계적으로 인슈테크가 확산됨에 따라 보험 산업이 크게 변모하고, 우리나라 보험업계도 인슈테크 활용에 나서고 있다.

    "국내 보험사도 속속 인슈테크 도입"

    보험 산업은 설계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은행 등 다른 금융권에 비해 정보통신기술(ICT) 활용도가 낮은 편이지만, 최근 들어 ICT를 접목한 서비스 제공이 활발해지고 있다.

    보험 상품을 자동으로 비교해 고객에게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주는 상품 비교 서비스도 인슈테크에 해당한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가 공동으로 '보험다모아'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생명도 '아이올'이라는 오픈마켓을 출시했다.

    국내 보험사 인슈테크 활동 현황 표

    DB손해보험과 라이나생명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고객 상담을 해주는 '챗봇' 서비스를 도입했고, 흥국생명도 24시간 온라인 보험 가입이 가능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화재, 라이나생명, NH손보,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 등은 모바일 앱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상품 개발에선 인슈테크 활용이 더딘 편이다. 흥국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가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분석해 이를 연계하는 상품을 내놓은 정도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국내 인슈테크는 주로 상품 비교, 판매 등 분야에 치우쳐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북미권과 유럽 등에선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등을 활용한 혁신적인 보험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인슈테크 전문 보험사 '오스카(OSCAR)'는 고객이 보험사에 소속된 의사로부터 건강검진을 받은 뒤 권장된 운동량을 지키면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단체 건강보험회사인 '컬렉티브 헬스(Collective health)'의 경우, 몸에 이상한 증세가 발생하면 가입자가 모바일 앱을 통해 의료진에게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평안보험은 웨어러블 기기로 혈당을 측정해 혈당이 적정 수준에서 관리되는 경우 유지 기간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상품을 내놨다.

    "의료법 위반 시비 없애고, 보험업 진입 장벽 낮춰야"

    우리 정부도 작년 웨어러블 기기 등을 이용한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상품 개발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보험사가 웨어러블 기기로 고객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고객의 질병 정보를 가입 심사, 보험금 지급 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 상품 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헬스 케어 서비스가 의료법 위반 소지가 크다 보니 실제로 개발할 수 있는 상품은 '1만 걸음 걸으면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폭이 매우 좁다"고 말했다.

    보험업 진출 장벽이 높아 해외에 비해 인슈테크 전문 보험사들이 활발히 나오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다양한 특화 보험사들이 나올 수 있도록 보험사 설립을 위한 자본금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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